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불거지는 KT의 ‘갑질 논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11:24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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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KT만의 문제 아냐…주요 이통사들 마찬가지"

 

​KT가 벤처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 지원금을 위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계약(구매조건부 계약)을 빌미로 LTE-M 상품(IoT)을 강매하는가 하면, 특정 업체로부터 부품을 고가에 납품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1476호 'KT, 동반성장은 말뿐…벤처기업 상대로 갑질' 기사 참조)

 

문제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KT의 갑질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9월에도 한 벤처기업은 KT가 자사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KT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IPTV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기 캐릭터 영상에 자녀의 모습을 합성해 TV에서 같이 율동하는 놀이학습 콘텐츠였다. 벤처기업은 해당 기술을 2015년 정식 특허 등록했으며, 이후 KT에 기술제안서를 전달하고 사업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던 2016년 갑자기 KT가 일방적으로 협의를 중단했고, 그로부터 1년여 뒤 IPTV 서비스가 출시됐다. 벤처기업은 자사가 제출한 제안서의 콘텐츠 기획 방향과 메인 카피까지 KT가 모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KT의 갑질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KT가 벤처기업인 이앤비소프트의 스마트폰 앱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앤비소프트는 2012년부터 문서관리 앱 ‘클립클립(CLIP CLIP)’을 개발해 KT에 제공해 왔다. 이런 가운데 양사 계약이 종료된 직후인 2015년 KT가 ‘모바일 지갑’을 콘셉트로 한 ‘클립(CLiP)’이라는 앱을 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앤비소프트는 KT가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클립’이라는 명칭과 로고에 쓰인 클립 모양이 비슷해 실제 고객들이 오인한다는 주장이었다. KT는 논란 이후 비금전적 협업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열려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앤비소프트는 관련 논의를 위해 수차례 KT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해 열린 ‘KT 2017 파트너스 데이’ 행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 세 번째)이 기념촬영을 했다. © 사진=뉴시스

 

KT의 갑질로 아예 부도를 맞은 중소기업도 있다. 한때 국내 최초 태블릿PC를 개발하며 유망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던 엔스퍼트가 주인공이다. 엔스퍼트는 2011년 KT와 태블릿PC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케이패드를 출시했다. 당초 KT는 엔스퍼트로부터 20만 대를 주문하기로 계획하고 1차 계약에서 3만 대를, 2차 계약에서 17만 대를 제조위탁 했다. 그러나 KT는 2011년 3월 17만 대 구매계약을 파기했다. 510억원 규모였다. 엔스퍼트는 물량 공급을 위해 구매해 놓은 원자재 손실과 부채 상환 압박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다 2012년 결국 상장 폐지됐다. 엔스퍼트는 최근까지도 KT를 상대로 9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은 KT만의 일은 아니다. 주요 이통사들이 겉으로는 ‘공생하는 생태계’와 ‘협업형 성장’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템 가로채기와 계약 문제로 계속 잡음이 나오고 있다. 공정한 기업운영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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