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림픽 외교’ 숨은 실세는 이방카의 7살짜리 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6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엑소 팬’ 이방카 딸, 일본선 日 노래 부르고 중국선 中 한시 읊어…"주입식 교육" 비아냥도

 

‘트럼프의 외교 비밀도구(Trump’s Secret Diplomatic Tool).’ 100년 전통의 미국 잡지 뉴 리퍼블릭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큰딸 아라벨라 쿠슈너(Arabella Kushner)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 7살인 이 소녀는 미국 외교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 외교'의 일등 공신은 딸이 아닌 외손녀?

 

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위해 방한한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은 자신의 딸 아라벨라의 케이팝에 대한 큰 관심을 언급했다. 이방카 고문은 2월25일 저녁 케이팝 그룹 엑소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애들이 당신들 팬이다”라며 “이렇게 만나니 믿기지 않는다(incredible)”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엑소는 가수 씨엘과 함께 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올랐다.

 

아라벨라의 케이팝 사랑은 23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이방카 보좌관의 만찬에서도 화두에 올랐다고 한다. 이방카 보좌관은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다음에 대통령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문화에 관한 대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전언도 뒤따랐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월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을 마치고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그룹 엑소와 가수 씨엘을 만나고 있다. 엑소의 수호가 이방카 보좌관에게 음반을 선물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내 딸, 케이팝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 벌인다”

 

사실 아라벨라가 관심 있다고 알려진 분야가 케이팝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11월 이방카 고문의 인스타그램에 아라벨라가 일본 노래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을 따라 부르는 영상이 올라왔다. PPAP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 5000만건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가수는 일본 코미디언 피코타로(ピコ太郎)다. 

 

일본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 고문과 아라벨라 등을 데리고 주미 일본대사관을 찾았을 때, 행사장 대형 화면에 피코타로의 모습이 나타났다. 영상 속 피코타로는 “미국과 일본은 베스트 프렌드”라고 외쳤다. 지난해 1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가진 만찬 때는 피코타로가 직접 등장했다. 당시 정상간 만남의 격을 깬 초청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선 日 노래 부르고 중국선 中 한시 읊는 ‘작은 외교관’

 

중국에서도 아라벨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9일 미·중 정상 만찬에서 아라벨라가 중국어 노래를 부르고 삼자경(三字經·중국어 교육용 어구)을 읊는 영상이 공개됐다. 앞서 그해 4월엔 아라벨라가 미국을 찾은 시진핑 주석 내외 앞에서 직접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렀다. 중국 외교부는 아라벨라를 두고 “중·​미 우의의 작은 사자(使者)”라며 추켜세웠다.

 

 

2017년 8월25일 캠프 데이비드로 가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그의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 © 사진=연합뉴스


 

우려 섞인 시선도… “꼬마 소녀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아라벨라는 한·​중·​일 문화에 관심이 있을까. 아라벨라에 대한 모든 것은 엄마 이방카 고문의 입과 SNS를 통해서만 알려져 왔다. 소녀의 진심을 알기에는 제약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라벨라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통신사 JTA는 지난해 7월 “아라벨라는 대통령의 특별 고문도, 보좌관도 아닌 그저 꼬마”라며 “그녀는 소품이 아니라 사생활이 있는 소녀로 대우받을 권한이 있다”고 꼬집었다.  

 

외교 관계를 위해 아라벨라가 지나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라벨라는 중국인 유모 손에서 두 살 때부터 중국어를 배웠다. 또 뉴욕의 사설 학원 ‘캐로솔 오브 랭귀지’에 다닌다고 한다. 1년 학비가 약 2000만원인 이 학원은 중국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을 가르친다. 최근에는 코딩까지 배운다고 알려졌다.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이방카 보좌관의 말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