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홍은 조직문화가 낳은 불행한 사생아”
  • 박성의·유지만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8 09:46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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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검찰 (3)] 검찰개혁 주장하는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

 

검찰이 소란스럽다. 정부의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수사권 일부를 내려놓을 처지에 놓인 데 이어, 내부에서는 ‘항명 파동’까지 불거졌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했던 검사와 수사단이 조직의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을 거명하며 외압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이후 수뇌부가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였다’고 반박한 뒤 전문자문단이 검찰 고위직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수사 외압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검찰의 뿌리 깊은 ‘권위주의’와 ‘인사(人事) 갈등’이 내홍(內訌)으로 번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은 5월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청맥 사무실에서 《권력과 검찰》의 저자 최강욱 변호사를 만났다. 현재 경찰개혁위원회 수사개혁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상황을 검찰의 조직문화가 낳은 ‘불행한 사생아’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부에 굴종하면서 조직을 보호하고 권력을 유지해 왔던 게 검찰의 수십 년간의 역사였고 그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는 자신들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의 유일한 논리는 조직 보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이후 항명 파동이 불거졌다. 검사가 총장을 저격한 것은 이례적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수사단이 성급했던 것 같다. 팩트(fact) 확인이 부족했다.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이 수뇌부를 상대로 싸울 때는 보다 많은 팩트를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과거 검찰을 보면 총장이 외풍을 막아주기보다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총장하고 의견이 안 맞으면 ‘봐주려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검찰 제도의 모순과 조직문화의 한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 조직문화의 한계는 무엇인가.

 

“검찰이 갖고 있는 유일한 논리는 조직 보위 논리 하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은 조직 보호를 위해서라면 총장도 잡아먹는 조직이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굴종하면서 조직을 보호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나쁜 권력과 거래하면서 힘을 키워 나간다. 그게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온 수십 년간의 역사였다. 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을 직접 겨냥한 폭로가 터진 것을 두고,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았던 ‘검란‘(檢亂)’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총장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얘기인데.

 

“실제 (검찰) 내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총장이) 세게 나가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 권한을 많이 뺏는 것 같아서 분위기가 처참하다는 거다. ‘나가서 싸우는 게 당신이 해야 할 일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는 거 같더라. 결국 총장을 흔들어서 몰아낼 의도가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 내홍을 외부 자문단이 판단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검찰 내부인의 문제가 있을 때 이렇게 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니 국민들이 검찰을 믿지 못한다.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총장이) 보고를 받지 않는 수사단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나중에 총장이 그것(수사 결과)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스스로 모순되는 짓을 해 버렸다. 그다음에 기소는 검찰이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외부 전문가에게 물어보자고 말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검찰 스스로 자기 수사도 부인하고, 자기들의 법리적 판단 능력도 부정하고 훼손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검찰개혁을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정치권으로부터의 인사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굉장히 위험한 얘기다. 검사는 분명히 법무부 소속 외청인 검찰청 소속으로 돼 있다. 법무부라는 건 행정 각부 중 하나로, 검사는 엄연히 행정 관료다. 검찰과 비교되는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삼권분립을 시키면서 행정·입법은 다 다수가 장악하기 때문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사법부를 구성해야지만 소수자가 보호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명백히 행정부의 일원이다. 검찰의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인사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때만 의미가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막강한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고 이를 견제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같은 기관이 있어야 한다.”

 

 

“검찰, 수사권 조정에 진정성 없다”

 

검찰은 개혁 이후에도 직접수사 범위를 경제·금융 등까지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금융 비리, 선거사범, 공안 사건 이런 것들을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지금 검찰이 국민적 비판을 받고 화두가 되는 사건이 형사부 사건이라는 건가. 다 인지사건이고 특수사건이다. 그런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개혁을 말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특히 공무원 범죄도 자기(검찰)가 하겠다는 것은 공수처가 안 생길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진심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들 스스로의 한계를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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