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6·13] ① 정당권력 싸움 몰려온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 16:28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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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6·13’ 체제 준비하는 與野…당권 교체에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6·13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치권 시선은 선거 이후로 쏠리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선거 체제를 갖췄던 여야 모두 당권 경쟁 체제로 전환하면서 여의도 권력 지형도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여의도 정가는 선거 기간 동안 지방 권력의 교체보다 여의도 권력 교체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서 공공연히 계파 갈등을 연출한 것도 포스트 6·13 체제를 대비한 전투태세였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정당 체제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의 지방선거 분위기는 사실상 ‘문풍(文風·문재인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다. 이 분위기가 선거일까지 이어질 경우, 민주당 당권주자들의 친문계 구애 작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보수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며 당 활로를 결정지어야 할 상황에 몰린다.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평화당), 정의당 또한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합집산을 강요받게 된다. 반대의 성적표가 나올 경우, 민주당은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당권 경쟁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의 상징성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운명 또한 지방선거 성적표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 이후 여의도 정가의 움직임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해 봤다.

 

6월2일 울산시 북구 화봉시장을 방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 ① 더불어민주당 


6·13 지방선거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한판 승부와도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한반도 평화 국면은 모든 이슈를 덮었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70%대를 기반으로 민주당 지지율 또한 50%를 상회했다. 과거에도 유리한 고지에서 치러진 선거는 있었다. 2004년 총선이 딱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이 불며 당시 열린우리당이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했지만, 막판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선 견제 심리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무리한 공천 빈번했던 까닭

 

기울어진 운동장을 선점한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지역당의 결정을 중앙당이 뒤집는가 하면 재심 요구도 빗발쳤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했다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예비후보를 최종 공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남 신안에선 추미애 대표 비서실의 천경배 부실장을 신안군수 후보로 전략공천 했다. 결국 재선 군수 출신의 박우량 후보나 임홍빈 후보 등은 경선을 준비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광주에선 음주운전 이력으로 인해 현 구청장이 경선에서 배제됐지만, 다른 지역에선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된 예비후보가 공천장을 받기도 했다. 

 

서울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단수 공천자를 확정 발표했다. 서울시의원 후보 41명과 구의원 후보 31명이 경선도 없이 공천장을 받았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구의원 후보는 4년 전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력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공천에서 배제됐어야 할 인물이었다. 여기엔 전직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후보는 전직 국회의원 비서관 경력을 내세웠지만, 근무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서 전·현직 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자기 사람을 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게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6·13 선거에서 ‘與 당권 경쟁’ 보다

 

너도나도 무리하게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유는 바로 8월 전당대회에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민주당은 곧바로 당권 경쟁 체제로 전환한다. 8월에 선출되는 당 대표 임기는 2020년 8월까지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에 각 당권주자들과 이들의 지지 그룹이 곧바로 조직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력 강화를 위해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힘겨루기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당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지방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수도권 중진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권주자의 입장에선 개소식만큼 표밭을 다지기 쉬운 적소(適所)는 없었다. 해당 지역의 당원들이 대거 몰리는 데다 얼굴을 비치고 악수를 나누며 보이지 않는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다.

 

당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 현역 의원은 전국을 누비며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5월18일 광주·여수·광양을 시작으로 23일 경주·김해, 24일 과천·안양, 25일 부천, 26일 김해·창녕, 27일 대구·부산, 29일 인천 등의 지원유세에 나섰다. 언뜻 보면 당 지도부의 동선처럼 보일 정도다. 당권주자들이 왕성하게 지원유세에 나선 것 또한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정설로 여겨질 정도다.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차기 당권주자는 김진표·박범계·설훈·송영길·윤호중·이인영·이종걸 의원 등이다. 최근엔 경기지사 출마에 실패한 전해철 의원이 당원 여론조사 경쟁력을 확인하고 새롭게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이름도 당권주자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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