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이 찾던 장생불사약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 10:32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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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되는 구기자

김용의 《영웅문》에 나오는 성질 급하고 남의 말 안 듣는 도사 구처기(丘處機)는 실존 인물이다. 소설에서 한족을 위하는 민족투사로 묘사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나라와 원나라에 아주 호의적이었다. 

 

칭기즈칸이 서방 원정을 떠날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약을 바치면서 구처기로부터 받은 비장의 장생불사약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 약을 먹고 나이가 300살이 넘었다고 했다. 칭기즈칸이 얼마나 솔깃했겠는가. 신하들을 시켜 구처기를 찾아 모셔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산동에 있던 구처기가 부름을 받고 제자 18명을 거느리고 북경에 도착했다. 칭기즈칸은 이미 원정에 나간 상태라 만나지 못하고 표를 올려 임금의 덕을 찬양했다. 마음이 급한 칭기즈칸은 다시 전장으로 구처기를 불렀다. 서역 대설산의 아무강(우즈베키스탄)으로 가서 1222년에 칭기즈칸을 만나 면세 특권과 대종사라는 직책을 받았다. 

 

© 시사저널 고성준

 

“송나라, 금나라도 선생을 모시려고 했는데, 모두 거절하고 여기까지 찾아와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바로 용건으로 들어갔다. 

 

“진인(眞人)께서 오셨는데, 장생불사약을 가지고 계신가요?”

 

구처기는 “세상에 수명을 연장해 주는 약이 있는 것이지, 장생불사약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칭기즈칸은 장생불사약이 없다고 그를 내치지는 않고 곁에 두고 양생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묻자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라고 했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하고 살인을 즐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1227년에 구처기가 사망하자 칭기즈칸의 장생불사의 꿈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전해진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향약집성방》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떤 사람이 서하(西河)지방으로 가다가 한 여인을 만났다. 나이가 15~16세 돼 보이는데, 80세는 돼 보이는 노인을 때리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노인이 누구냐고 여인에게 물었다. 여인이 말하기를, 내 손자인데 때리는 게 뭐 이상하냐고 했다. “좋은 약이 있는데, 안 먹으려 하다가 늙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돼 벌을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라고 묻자, 여인은 “372세”라고 답했다. 

 

이 여인이 먹은 약재가 바로 구기자다. 구기자는 약은 한 가지인데 이름은 여럿이다. 봄에 채취한 잎을 천정초(天精草), 여름에 채취한 꽃을 장생초(長生草), 가을에 채취한 열매를 구기자(枸杞子), 겨울에 채취한 뿌리를 지골피(地骨皮)라고 한다. 구기자를 사계절 내내 채취해 먹으면 수명이 우주와 같아진다고 했다. 

 

임상에서 구기자를 적용해 보면 속이 냉한 소음인 체질에는 속이 더부룩해지고 얼굴이 붓는 부작용이 있다. 이 경우는 삼가는 게 좋다. 술로 담가 먹거나 차로 끓여 먹어도 좋다. 《방약합편》에 “구기자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정수를 보해 눈을 밝게 한다(枸杞甘溫添精髓)”고 돼 있다. 구기자가 불로불사약은 아니지만 건강 장수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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