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치매 예방효과 검증된 바 없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3 12: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진섭의 the건강] 니코틴은 인지기능 개선 효과 없다

 

 

며칠 전 한 지인은 흡연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리저브대학 연구팀은 니코틴이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치매에 걸린 쥐에 5개월 동안 코티닌을 투여했습니다. 코티닌은 니코틴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코티닌을 투여한 쥐는 투여하지 않은 쥐보다 작업 기억력과 사고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도 일반 쥐보다 26% 적었다고 합니다. 

 

(임준선 시사저널 기자)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도 신경 세포에 니코틴을 주입했더니 특정 단백질(유리성 아밀로이드 플러그 단백질)을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뇌세포를 파괴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독성을 중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치 치매 예방을 위해 담배를 피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 연구들은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실험실에서 세포로 연구하거나 동물 실험으로 얻은 결과물입니다.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에서 특정 물질이 효과를 보인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면 위험하다는 게 치매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얼마만큼의 양을 어떤 경로로 투여했는지 등 수 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인지기능 개선에 니코틴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임상시험 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일반인이 니코틴을 흡수하는 방법은 흡연이 대표적인데,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뿐만 아니라 수천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돼 건강에 유익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순수한 니코틴이 사람의 치매약으로 개발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세포 실험이나 동물실험에 가치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확인된 바로는 흡연이 사람의 치매를 예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