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물량팀장 산업재해 인정…‘물량팀장=사업주’ 논리에 제동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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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물량팀장에게 산재 인정 재결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재해를 당한 ‘물량팀장’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보상금을 받게 됐다. 이는 조선소 물량팀장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작업장 산재사고 보상금을 받는 경우라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남지부는 10월26일 밝혔다. 

 

이로써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로 다친 물량팀장 진아무개(55)씨에게 산업재해급여 등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진씨의 치료 기간을 기준으로 요양·휴업급여를 산정하고, 장해 등급 심사를 거쳐 관련 보상금을 차례로 지급한다.

 

2017년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 연합뉴스

 

 

노동부 “형식상 도급 사업주이지만 협력업체의 지휘·감독 받은 노동자”

 

진씨가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지난 8월9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재결에 의해서다. 여태까지 근로복지공단은 조선업계 다단계 하청구조의 최말단에 놓인 물량팀장에 대해 예외적인 사고만을 산재로 인정해왔다. 협력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 물량팀장이 사업주라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진씨도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자신의 부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똑같은 이유로 기각 처분을 받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재결서에서 “형식상 사업자 등록 후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도급 사업주로 보이더라도 사업 경영상 필요한 조직과 인적·물적 자산을 갖추지 않았고,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이 따르는 사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려워 정상적인 도급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산재보험법 보호대상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노동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위원회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재심사청구를 대리한 김태형 변호사는 “이번 재결은 조선소 물량팀장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인해 온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에 있어서 다단계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소 대부분의 인력은 물량팀이다. 물량팀은 조선소 협력업체가 자체 인력만으로 공사를 기한 내에 진행하기 힘들 때 고용하는 '집단 프리랜서' 개념의 외주 인원이다. 물량팀은 보통 20~40명 단위로 조직된다. 물량팀장은 협력업체로부터 프로젝트별 일감을 따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로부터 도급계약을 강요받는다. 노동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책임을 물량팀장에게 전가하려는 전형적인 꼼수다. 물량팀장은 협력업체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업자등록을 낸 형식상 ‘사장’의 모양새를 갖춘다. 진씨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사업자등록을 이유로 대부분의 물량팀장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아 왔다

 

지난해 5월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 타워크레인 충돌하면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크레인 아래서 일하던 근로자 6명이 숨지고 진씨를 포함해 25명이 다쳤다. 이들은 사고 당시 해양플랜트 구조물 중 하나인 모듈을 제작하다 참혹한 사고를 당했다. 희생자 31명은 모두 협력업체나 물량팀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2017년 6월 열린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피해자 법률지원달 출범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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