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보호센터가 아니라 ‘도살장’을 방불케 했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2 14: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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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가면 쓴 동물 구조의 두 얼굴
끝없이 터져 나오는 ‘박소연’ 의혹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가 가장 큰 문제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모습은 도심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려동물은 이제 함께 생활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쑥쑥 성장해 2020년에는 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복지법도 한층 강화됐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 구조나 보호단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동물을 보호해야 할 단체들이 오히려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안락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유기동물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 일러스트 정찬동
ⓒ 일러스트 정찬동

유기견 100마리 굶겨 죽이기도 

지난해 1월 전북 익산시의 한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 100여 마리의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창고에는 숨진 유기견이 자루에 담겨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일부 사체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아니라 ‘도살장’을 방불케 했다. 동물단체는 “이곳에서는 수용한 유기견들을 물조차 주지 않아 굶겨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에서 관리하던 유기동물 25마리는 다른 지역 보호센터로 옮겨졌지만 14마리가 추가로 숨졌다. 이곳 센터에서 안락사시킨 동물을 건강원에 보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보호센터 소장의 배우자가 익산 시내에서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드러났다. 한 센터 자원봉사자는 “굶어 죽는 유기동물들을 발견하고 동물보호단체가 항의하자 얼마 후 27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증언했다. 

절차상 유기동물이 보호센터에 입소하면 접수 등 확인절차를 거쳐 주인을 찾아 인도하거나 분양하게 된다. 주인을 찾지 못하고 분양이 안 될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 자연사하거나 안락사시키면 소각처리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센터에서는 유기동물이 들어오면 거의 대부분 1~2개월 안에 자연사한 것처럼 죽어 나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자연사가 아니라 물과 음식을 주지 않아 일부러 굶겨 죽였다고 했다. 

이 센터에서 죽은 유기동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유기동물이 보호센터에 들어와 도중에 죽게 되면 냉동고에 넣고 1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배출해 소각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센터는 유기동물이 보호센터에 입소할 때는 시에 보고했지만, 죽은 유기동물에 대해서는 출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냉동 보관한 유기견 사체가 건강원 등으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익산시는 이 센터를 위탁관리업체로 지정하고 두당 8만원(입소 기준), 연간 4500만원(450마리 기준)의 예산을 지원했고, 안락사와 치료 비용 등으로 두당 2만원 정도를 지원해 왔다. 지원만 했지 관리·감독은 허술했다. 익산시는 문제가 불거지자 유기동물 관리 소홀 등을 문제 삼아 해당 보호센터 지정을 취소했다.

청주의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는 살아 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고 오랜 시간 방치해 죽게 하는 일도 있었다. 센터장 A씨는 지난해 8월2일 오후 6시쯤 청주시 흥덕구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냉동고에 넣고 12시간 이상 방치했다. 영하 4도의 사체 보관실(냉동고)에 방치된 유기견은 다음 날 아침 출근한 보호센터 직원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됐다.

이후 충북지역 동물복지단체는 A센터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같은 해 7월과 8월 구조된 유기견 2마리를 냉방장치가 없는 SUV차량 트렁크에 넣어 이동하다 죽게 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수의사인 A센터장이 냉동고에 개를 오랜 시간 두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청주시는 2016년 11월 20억원을 들여 흥덕구 강내면 태성리 3300여㎡의 터에 최대 150마리의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반려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해 2년간 A센터장에게 운영을 위탁했었다. 


동물 구조 여왕의 몰락

유기동물 처리에 대한 논란은 지방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내 대표적인 동물구호단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국내 3대 동물권단체로는 케어와 카라, 동물자유연대가 꼽힌다. 이 중 케어가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회원 수 2만 명, 후원금 규모만 한 해 20억원에 달한다.  

케어를 이만큼 성장시킨 것은 박소연 대표의 역할이 컸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1999년부터 동물 구조 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를 만들었다. 2015년 현재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박 대표는 개 농장 구조 등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펼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개고기 먹지 않기, 동물원 가지 않기 등 동물권 인식 변화 운동과 동물보호법 개정 등의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갔다. 그의 활동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동물 구조 활동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에게는 ‘구조의 여왕’ ‘유기견 대모’라는 별칭까지 붙여졌다. 

지난 2017년에는 유기견인 ‘토리’를 청와대로 입양시키면서 또 한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유기견 출신 퍼스트 도그가 된 토리는 2015년 도살되기 전 케어에 구조돼, 2년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됐다. 이로써 케어는 동물권단체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박 대표는 “케어는 안락사가 없는 단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1월11일 케어의 전 동물관리국장인 B씨의 폭로를 통해 박 대표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에 대한 증거로 사체 처리 비용 계산서와 박 대표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B씨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5년 초부터 2018년 9월까지 구조된 동물 250마리를 안락사시켰다. 이 중 상당수는 병들거나 아프지 않은 개체였지만 무리한 구조 활동 때문에 보호소 공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 안락사의 이유였다고 한다. 현행법상 안락사는 불치병을 지녔거나 사람이나 동물에게 전염시키는 질환을 앓는 동물에 한해서만 진행돼야 한다. 케어도 “쇄도하는 구조 요청에 소수의 동물들을 안락사시키는 것이 불가피했다”며 안락사 사실을 인정했다. 케어 측은 “심한 질병 등을 안락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지만 박소연 대표가 직접 사납거나 아픈 개, 임신한 개들 위주로 안락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나왔다. 박 대표는 현행법을 어겨왔던 것이다. 이로써 ‘안락사 없는 보호소’도 홍보용이었음이 밝혀졌다. 

이후 박 대표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표가 직접 안락사시킨 유기동물을 대학에 실험용으로 보낸 사실도 터져 나왔다. 비즈한국은 “박소연 대표가 2011년 포천에 위치한 케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20마리를 안락사시켜 한 대학교 수의과대학에 동물 실험용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안락사시킨 동물은 덩치가 크고 건강한 유기견이었고, 이 중에는 개인으로부터 위탁비를 받고 보호 중인 동물도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허위 실적 내세워 보조금 착복

구조한 동물 수를 지자체에 허위 보고하고 보조금을 가로챘다가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드러났다. 박 대표는 2005년 남양주시, 구리시와 유기동물 1마리를 구조할 때마다 10만~11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2006년에는 유기견을 구조한 실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유기견을 구조한 것처럼 허위로 유기동물포획 관리대장을 작성해 구리시에 제출했다. 박 대표는 이런 수법으로 총 69회에 걸쳐 690만원을 가로챘다. 같은 기간 남양주시에는 115회에 걸쳐 허위구조 관리대장을 제출해 1265만원을 받아냈다. 이 사건으로 박 대표는 2008년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박 대표가 훔친 개를 구조한 개라고 속이고 프로축구 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로축구팀 성남FC는 2017년 1월 케어가 보호 중이던 그레이하운드 믹스견 ‘비스켓’을 12번째 선수로 영입했다. 케어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성남FC는 비스켓을 구단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하기로 하고 케어에 1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하지만 ‘훔친 개’라는 관련 민원이 제기되자 2017년 5월 케어와 자매결연을 중단했다. 이후 박 대표는 특수절도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당했지만 개 주인이 사망하고 고발인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 밖에도 안락사시킨 동물을 암매장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전직 케어 직원인 B씨는 박 대표를 상습사기 및 동물학대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에 대해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동물구조단체나 유기견보호센터의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부정이 개입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설 동물보호소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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