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이백순 5억원 비자금’ 조성에 개입
  •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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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내정자 검찰 진술조서 입수 “이 전 행장이 ‘부외자금’ 만들어 달라 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가 과거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은행장 재직 시절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오사카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진 내정자는 돈을 건넨 재일교포 주주를 이 전 은행장에게 연결해줬다. 진 내정자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이 전 행장에게 건네진 돈이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법조계에서는 진 내정자가 비자금 조성의 ‘공범’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쇄신’을 이유로 임명된 진 내정자의 적격성 여부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은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법원 판결문과 당시 진 내정자가 증인으로 참석해 진술한 내용이 담긴 공판조서, 진 내정자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입수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진 내정자는 SBJ(신한은행 일본현지법인) 오사카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10월23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진 내정자는 검찰에서 “이백순 행장이 2009년 4월경 재일교포 주주인 김아무개로부터 김씨 명의의 신한은행 통장 1개와 이름이 새겨진 도장 1개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진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 김씨와 이 전 행장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진 내정자는 “신임 행장 내정자와 비서실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비서실 경비 문제를 도와줘야 한다는 지시와 요청을 받아놓은 상황이었다”며 “2009년 3월28일경 김아무개 주주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측에서 도와줬으면 한다는 뜻을 김아무개 주주에게 전달했고, 김아무개 주주가 이 행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으므로 당연히 돈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 내정자는 이 전 행장과의 면담 일정을 김아무개 주주에 알려줬고, 김아무개 주주는 이 전 행장을 직접 만나 5억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을 건넸다.

진 내정자는 이 전 행장에게 건네진 돈이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검찰 진술에서 진 내정자는 “이 전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의 5억원은 기탁하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는 검찰의 질문에 “김아무개 주주에게 요청한 것은 은행장이 사용할 수 있는 ‘부외자금’을 만들어 달라는 뜻이었다”며 “순수한 기탁금으로 쓰라고 준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진 내정자의 이 같은 진술은 이 전 행장 재판에서 그대로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12월26일 내린 선고에서 “(진 내정자가)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이 전 행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고법의 판단은 2017년 3월9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 2018년 10월29일 신한은행에 내린 이 전 행장 제재 조치에도 “이 전 행장이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된 직후 오사카지점장 진옥동에게 비자금을 구해 오도록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진 내정자가 비자금 조성의 공범이 될 수 있는 입장임에도 은행장으로 내정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 ‘여는’의 권두섭 변호사는 “진 내정자의 진술과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비자금 조성의 ‘방조범’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 “엄격한 청렴성을 요구받는 은행장 자리에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개입한 인사가 임명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소한 방조범이며, 공동정범으로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직 검찰 간부는 “이 정도의 역할이라면 공범 혐의가 적용 가능하며, 공소시효도 아직 남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한은행 측은 “‘김○○이 피고인 이백순의 지시를 받은 진옥동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이백순에게 5억원을 주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김○○은 자발적으로 5억원을 줄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보인다’라는 법원의 최종판결 내용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의 경비 마련 지시와 김아무개 주주의 자금 공여는 무관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므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21일 자회사경영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이창구 신한은행 WM그룹장은 신한BNP파리바운용 사장으로 임명됐다. 세 명 모두 이 전 행장 사건에 관련돼 있다.

※자세한 기사는 1월28일 발행되는 시사저널 1528·1529 합본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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