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상임위원 갈등 '내년 총선' 전초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7 21: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정부 때도 보은성 인사 논란 발생
현 위원 중에도 정치성향 논란 인물 있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1월24일 조해주 신임 상임위원을 임명하면서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조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 이튿날인 1월25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비롯한 국회 일정에 대한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와 별도로 자유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월25일 국회에서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강행으로 연좌농성중인 의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시사저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월25일 국회에서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강행으로 연좌농성중인 의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시사저널

 

야권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신임 조 상임위원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다. 야당은 “조 위원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백서에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렸다”며 이는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선관위 상임위원에 맞지 않다고 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월24일 논평을 내고 “상임위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위해 정치적 중립을 견지한 인물이어야 한다”며 “조 상임위원 임명 강행은 민주주의 말살을 위한 독재 폭거”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로 조 상임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못했다.

 

야권, 내년 총선 염두 선관위 상임위원 공세

현행 헌법에서 선관위 위원은 9명으로 구성되도록 돼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3명은 대통령, 3명은 국회,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위원장은 통상 대법관이 겸직하고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은 선관위 내에서 위원장 다음으로 권한이 막강하다.  임기는 3년이며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번에 임명된 조 상임위원은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장, 기획조정실장, 선거실장, 경기도 선관위 상임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1월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 ⓒ시사저널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1월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 ⓒ시사저널

 

논란은 조 상임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헌법에는 선관위 위원의 경우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1월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해주 후보자(현 상임위원)는 대선 특보단에서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보단은 각 본부의 위원장과 부위원장급 인사들과 함께 별도로 명부가 정리됐음을 미뤄보아 핵심 인사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권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후보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1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는 조해주 상임위원을 본 적이 없고 특보로 임명을 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선관위 상임위원 자리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최근 정국 흐름과 무관치 않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여권에서는 야권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올 하반기부터 정치권이 사실상 총선 체제로 돌입한다는 점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선관위 상임위원 자리는 위원장을 보좌하고 사무부처 업무를 감독하는 등 선관위 조직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요직이다.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여야 모두에게 '심판'인 선관위 핵심에 어떤 인물을 앉히느냐는 중요하다.

 

역대 선관위 위원 정치적 편향성 논란 계속

조 상임위원의 경력을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선관위 사무차장이나 사무총장을 거친 사람이 통상 상임위원에 오르는데 조해주 위원은 임명 전 까지 경기도 선관위 상임위원을 맡은 게 전부”라며 “전형적인 보은성 코드 맞추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선관위 설립 이후 상임위원을 맡은 13명 중 사무총장 출신은 절반이 넘는 7명이다.

자유한국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이 1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 적합성 여부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자유한국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이 1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 적합성 여부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그렇다고 역대 상임위원 모두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09년 12월 상임위원에 임명된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의 경우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의 부의장과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논란이 됐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성향 300여 단체의 연합체인 이 단체는 당시 'BBK특검 반대 및 이명박 후보 지지'를 내걸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논란이 되자 이명박 정부 말에는 사무총장 출신인 이종우씨가 상임위원에 선임됐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문상부 상임위원도 선관위 사무총장 출신이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 몫으로 추천된 최윤희 위원도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됐다. 최 위원은 중앙선관위원에 임명되기 전인 2008년 9월 한나라당 윤리위원으로 임명됐다. 같은 2014년 3월 강창희 국회의장 추천으로 선임된 김용호 위원은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이사까지 지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