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보고서 매뉴얼 완성자인 백승권의 《보고서의 법칙》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17:23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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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성패 나누는 보고서의 모든 것

공무원이든 일반기업이든 직장에서 성공하는 가장 큰 기본을 물으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혹자는 모나지 않은 성격이나 상사에 대한 아부 능력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편차가 있는 내용이지, 정답은 아니다.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면 그 사람이 제대로 된 보고서를 써낼 수 있는가에 있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 우리나라 교육 과정을 보면 보고서를 쓰는 방법에 대한 코스가 많지 않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비슷하다. 이런 과정이 있는 곳은 공무원교육원이나 사업연수원 등 일부가 있지만, 그 매뉴얼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 때 나온 《대통령 보고서》를 금과옥조로 보면서 보고서 기법을 배우고, 또 그 형식을 차용한다. 이 책을 총괄했던 사람 중 한 명인 백승권 작가가 이번에 《보고서의 법칙》이란 간명한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를 만나봤다. 

《보고서의 법칙》 백승권 지음│바다출판사 펴냄│336쪽│1만6500원 ⓒ 바다출판사 제공
《보고서의 법칙》 백승권 지음│바다출판사 펴냄│336쪽│1만6500원 ⓒ 바다출판사 제공

소통 위한 보고서 작성의 편리한 설명서

“보고서의 경우 개인의 능력에만 맡기면 안 됩니다. 문학 글쓰기와 달리 보고서는 어느 정도 과정을 거치면 되는 약간 뻔한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해법과 시스템을 만들면 개인의 한계를 넘어 누구나 일정 수준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게을리하면 그 조직은 소통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대한 편리한 설명서입니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책을 쓴 계기를 소개했다. 강의를 들은 한 중년 공무원의 “보고서의 가치를 젊은 시절에 알았다면 자신의 공직 인생도 달라졌을 것 같다”는 말 때문이다. 이 공무원의 말은 실제로 현실이다. 많은 공직자들이 보고서가 중요한 것을 알지만 넘기 어려운 벽으로 생각하고, 능숙하게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자신이 성공하는 비결인 양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싫어한다. 결국 그 조직의 수준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문다. 하지만 보고서에 능한 사람 역시 자신의 성에 갇혀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혁파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변화를 주문했고, 《대통령 보고서》가 나왔다. 이 내용은 책뿐만 아니라 온라인 파일로 전달되면서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의 글쓰기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 책은 형식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보고서가 가진 의미나 쓰는 과정이 잘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책은 독자들이 편리하게 보고서의 내면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청와대에서 나온 후 독특한 길을 걸었다. 잠시 불교계 갈등을 조정하는 화쟁위 사무국장을 지냈지만, 이후  비즈니스 라이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기업과 정부 기관, 대학교 등에서 매해 평균 200회, 800시간 이상 직장인을 위한 보고서 글쓰기 강의를 했고,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강의도 몇 개 들을 수 있다.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그가 구체적인 기술을 떠나 글쓰기의 맥락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그간 강의와 이번 책의 차이점은 어디일까.

“책은 방법과 매뉴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강의와 실습은 이런 과정을 개인이 체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만약 회사라면 제 책과 강의를 통해 유통되는 각종 보고서를 매뉴얼화해 표준화시킬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수준이 개인적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담보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백승권 작가는 지난해부터 업무용 글쓰기 매뉴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를 창업해 운영한다. 강원국 등 내로라하는 글쓰기 전문가들이 이 조직에 포진해 있고, 블로그 ‘백승권 글쓰기 연구소’(blog.naver.com/daeyasan66)를 통해 그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한다. 

그럼 그가 전하는 보고서 글쓰기의 핵심은 뭘까. 우선 글을 읽는 대상의 관점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를 쓰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쓸 때 일반인들은 억지로 분량을 채우거나 자랑하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보통 그 보고서를 받는 사람은 보고자에 비해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고 받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 몰랐던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은 뻔하다. 

“특정한 독자가 없는 시와 소설, 수필과 달리 보고서에는 분명한 독자가 있습니다. 10대 학생이 읽을 수도 있고, 50대 CEO가 읽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용은 글의 정체성입니다.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도, 메시지를 잘 나타내야 합니다. 의사결정권자를 중심에 놓고 보고서를 작성하면 보고서의 내용과 구성뿐 아니라 단어, 문장, 표현도 달라집니다. 보고자의 이해와 편견이 아니라 사실과 의견이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며, 육하원칙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다만 내용은 늘 새로워야 합니다. 보고 받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은 보고서가 가치를 갖습니다.”


“짧은 보고서로 핵심만 명확히 전달해야”

작가가 강조하는 또 다른 주문은 짧게 쓰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회사가 ‘짧은 보고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장짜리 보고서’나 ‘한 장짜리 제안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핵심만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짧게 쓰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조직의 가장 큰 자산인 의사결정권자의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을 줄이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책의 후반은 형식에 맞춘 실전 보고서 작성 연습으로 구성돼 있다. 잘 작성된 보고서를 모범으로 삼고, 잘못 작성된 보고서를 실패 사례로 삼아 보고서 작성 연습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또 보고서의 각 구성요소에 따른 작성 원칙, 기본 논리와 형식, 종류별 작성 방법과 팁이 담겨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대통령 보고서》처럼 파일로 시중에 유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은 저작권 때문에 파일이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을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노무현 사료관(http://archives.knowhow.or.kr) 정책자료 페이지에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전반적인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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