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1m 심해에서 건진 '블랙박스', 스텔라데이지號 비밀 풀릴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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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2년 만…사고 원인 규명에 청신호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던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Voyage Date Recorder)가 수심 3000여m 심해에서 발견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발생 1년이 되는 날인 지난해 3월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년의 기다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닦는 모습. ⓒ 연합뉴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발생 1년이 되는 날인 지난해 3월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년의 기다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닦는 모습. ⓒ 연합뉴스

2월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 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社)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어제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 있는 VDR을 회수했다. VDR은 항해 기록이 담긴 일종의 '블랙박스'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심해수색을 위해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를 용역업체로 선정, 48억4000만원에 심해수색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 회사 소속 씨베드 컨스트럭터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2월8일 출항해 2월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자율무인잠수정(AUV)을 투입해 수색을 진행해 왔다. 회수 해역은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1860 노티컬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다. 수심은 3461m에 이른다.

VDR에는 날짜, 시간, 선박 위치, 속력, 방위, 선교 녹음, 선박 초음파(VHF) 통신 등 자료가 저장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자료를 기상 상태와 연결해 운행 적절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VDR 분석은 해양경찰과 해양안전심판원이 맡는다. 자료 분석에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침몰 원인 둘러싸고 의견 분분

이번 VDR 발견으로 베일에 쌓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적재 중량 26만6141t의 초대형 광석운반선이었다. 2017년 3월26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중국으로 항해하다 5일 뒤인 3월31일 오후 11시30분께 실종됐다. 현재까지 전체 선원 24명 중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 등 나머지 22명은 실종 상태다. 

비교적 양호한 기상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갑작스레 침몰해 그간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피로도에 의한 균열 발생 등 선체 결함이나 노후화, 유조선을 철광석 운반선으로 바꾼 무리한 선박 개조, 잘못된 화물 적재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스텔라데이지호 선장은 마지막 메시지로 선박 2번 좌현에 '물이 샌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의 전(前) 1등 항해사도 2010년 2번 좌현 갑판이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언론에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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