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무시하지 마라! 운명 바꾼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6 10: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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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콜레스테롤 예방…아침 꼭 먹어야

18세기 일본의 관상가이자 사상가인 미즈노 남보쿠는 그의 저서 《절제의 성공학》에서 하루 세끼를 어떻게 먹느냐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십여 년 동안 관상을 공부하고 사람의 운명을 감정했다. 처음에는 틀리는 일이 없었으나, 관상과 실제 운명이 맞지 않는 사례가 늘었다. 그는 “처음에는 식사의 중요함을 모르고 상(相)을 봤다. 그래서 가난할 운명인데도 부자가 되고, 일찍 죽어야 할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을 종종 봤다. 고단한 수행 끝에 길흉의 근본이 식사에 있음을 알게 됐다”고 기록했다.  

그 후 그의 운명 감정은 관상에서 음식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그는 “1년 뒤에 틀림없이 큰 화를 입을 사람도 식사를 절제하면 화를 모면했으며, 오히려 뜻하지 않은 좋은 일까지 생겼다. 또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하는 불행한 운명을 가진 사람도 성공하고, 세상에서 유명해지기까지 했다. 오랜 지병으로 오래 살 수 없었던 사람도 식사로 장수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이 봤다. 잘살고 못사는 것,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의 시작과 끝은 모두 음식의 절제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날짜 리듬’에 맞춘 식사 시간 중요

그가 제시한 운명을 바꾸는 식사법은 ‘적은 양의 음식을 정한 시간에 먹어라’가 핵심이다. 그가 특히 강조한 점은 소식보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다. 미즈노 남보쿠는 “음식을 적게 먹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먹어야 한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은 관상이 좋아도 운명이 흉한 길로 들어선다. 이런 사람은 일이 잘되다가도 별안간 안 좋게 되고, 희망이 보이다가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원래 박복하게 태어난 사람이 불규칙하게 식사하면 스스로 몸을 해치기도 한다. 많이 먹으면서 식사 시간까지 불규칙한 사람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300년이 흐른 지금, 현대 의학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가 강조한 ‘규칙적인 식사’는 현대 의학이 연구 중인 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맞닿는다. 주기 리듬은 체온·혈압·호르몬 등이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짧은 리듬이다. 생체 리듬의 한 종류로 흔히 날짜 리듬이라고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세끼 시간을 정해 놓으면, 신체의 날짜 리듬과 맞아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미국 일리노이대 영양과학과 연구팀은 식사 시간을 정한 사람에게서 체중 증가(비만), 인슐린 저항성(당뇨), 이상지혈증(콜레스테롤 증가)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사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날짜 리듬이 틀어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날짜 리듬을 깨는 사례로 근무 교대와 시차 적응을 들 수 있다. 근무 교대로 날짜 리듬이 불규칙하면 비만과 대사증후군 위험뿐만 아니라 혈당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2009년 연구로 확인됐다. 장거리 비행으로 시차 적응 때문에 식사 시간이 달라져도 비만·체중·혈당이 상승하는 것으로 2014년 연구로 밝혀졌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 시간이 일정하다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얘기다. 규칙적인 생활은 건강 유지의 기본이다. 물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고 무조건 건강에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끼니를 거르면 폭식할 가능성이 큰데, 한 번에 많이 먹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날짜 리듬과 맞춘 밥심으로 암을 이긴 사례가 있다. 1995년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박사는 1998년 간암과 폐암에 걸렸고, 수술 받아도 생존율 5% 미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 그가 치료 후 20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가 공개한 건강 유지 비결은 ‘하루 세끼’다. 당시 죽음을 앞두고도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지 않았고 가공식품을 피했다. 대신 하루 세끼를 일정한 시각에 챙겨 먹었다. 세끼 중에서 특히 아침 밥상을 강조했다. 한 박사는 “암을 이기고 20년 동안 건강을 유지한 것은 식습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믿는다”며 “하루 세끼는 체력과 면역력을 높여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몸 상태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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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횟수 적을수록 혈압 상승 

건강한 성인은 식사 후 6시간쯤 되면 위 속 내용물이 모두 배출돼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진다. 속이 텅 빈 것 같아 상복부의 느낌이 편하지 않고 몸의 힘이 없어진다. 사람에 따라 두통, 식은땀, 손발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 세끼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밥 한 끼를 거를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19세 이상 성인 4256명을 대상으로 식사 횟수와 혈압의 관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혈압은 낮아졌다. 식사 횟수가 하루 2회 이하인 그룹의 혈압 수치(단위 mmHg)는 수축기 120.66, 이완기 78.36으로 나타났지만, 식사 횟수가 늘수록 혈압은 점점 낮아져 5회 이상 그룹은 수축기 117.92, 이완기 76.5였다. 식사를 적게 하는 사람의 혈압이 높다는 결과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수축기 혈압이 3mmHg 낮아지면 뇌졸중 위험은 8%, 관상동맥 질환 위험은 5% 감소한다. 이완기 혈압이 2mmHg 낮아지면 고혈압 위험 17%, 뇌졸중 14%, 관상동맥 질환 6%가 줄어든다”며 “음식 섭취 횟수가 적고 불규칙하면 건강에 적색등이 켜질 수 있다.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세끼 중 아침을 가장 든든히 먹어야

끼니를 거르는 식습관과 단짝을 이루는 것이 폭식이다. 몸이 에너지를 요구하는 만큼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은 공통으로, 식사 시간 정하기가 좋은 식습관 1순위라면, 나쁜 식습관 1순위는 폭식이라고 말한다. 신현영 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세끼 이하로 먹는 사람은 폭식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열량을 섭취한다면, 차라리 하루 끼니를 조금씩 여러 차례 나눠 먹는 게 좋다고 본다. 끼니를 조금씩 나눠 먹는 사람은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폭식하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없다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다이어트 중이거나, 직업상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을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한 끼를 거르더라도 아침보다 저녁을 거르는 편이 이롭다. 미국 린다보건대 연구팀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의 특징 4가지를 발표했다. 그 4가지는 아침·점심을 챙겨 먹고, 저녁은 거르며, 스낵류 섭취를 삼가고, 하루 중 아침을 가장 많이 먹고 이후 최장 18시간까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걸인처럼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서양 금언이 있을 정도로 아침 식사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아침의 긍정적 효과는 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그 첫 번째로는 뇌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점이다.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대뇌가 자극을 받는데, 그 자극은 음식을 먹을 때 극대화된다. 이는 작업 능률이나 학습 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험생이나 학생이 아침을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시험을 잘 치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아침을 먹은 학생이 학교에서 덜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며, 더 튼튼한 신체 지구력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게다가 아침 식사는 사회성, 명랑성, 흥미 유발 등 감정적 기분 변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둘째,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아침을 먹으면 위산 등 각종 소화효소와 호르몬이 분비되고 위장관 운동이 좋아진다. 따라서 하루를 여는 아침 식사가 낮 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저녁 식사는 잠자는 동안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아침 식사는 변비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는 것보다 아침 식사 후에 변을 보는 것이 좋다. 아침 식사가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체중 조절 효과가 있다. 아침을 먹으면 허기가 줄고, 단맛(당류)·지방 음식에 대한 갈망이 감소해 몸무게가 오히려 줄어 비만을 예방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아침 식사를 하면 충동적인 간식 섭취도 줄어든다.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식후 포만감을 증대시키고,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며, 전반적인 식사의 질을 높이고, 혈중 지방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민감성과 저혈당 장애를 개선하는 등 건강상 혜택을 준다.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아침은 점심이나 저녁보다 식사를 적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하지만 아침을 적게 먹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저녁을 적게 먹고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아침을 거른다. 아침 결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아침을 거르는 이유는 ‘시간이 없다’거나 ‘입맛이 없다’는 등 다양하다. 이른 출근 시간, 야근, 과음, 수면시간 부족 등이 우리의 아침 식탁에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아침 식사 습관을 붙이려면, 무엇보다 늦게 자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늦을수록 아침 기상도 늦어져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고, 입맛도 생기지 않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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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면 시리얼이나 죽이라도 아침 먹는 게 좋아

또 바쁜 아침에 밥이나 국을 갖춘 거한 식사를 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벼운 식사 메뉴를 준비하면서 아침 식사 습관을 붙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리 시간이 길면 아침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시리얼·빵·우유·주스 등 단순한 메뉴가 대안이다. 김성준 인천다산한의원 원장은 “과거엔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가축 사료도 준 후에 아침밥을 먹었다. 기상 후 입맛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린 것이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으려니 힘들기만 하다. 그렇다면 죽이라도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동의보감》 등 한의학 서적에 ‘새벽에 죽을 먹으라’고 기록돼 있다. 아침에 죽은 원기를 깨우는 약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침 입맛을 빨리 되찾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필요가 있다. 최소한 아침 식사 30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습관이 가장 좋다. 눈을 뜨자마자 담배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아침 식사 전 흡연은 입맛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은 아침 식사 대신 케이크·과자·탄산음료·아이스크림 등 스낵류를 먹는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보살피는 게 좋다. 정훈용 교수는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밥을 먹으려 해도 입맛이 없고 소화도 잘 안된다. 가장 적절한 아침 식사 시간은 잠에서 깬 지 30분에서 2시간 사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운동이나 산책을 한 후에 먹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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