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문서와 볼턴, 北·美 회담 복기의 핵심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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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게 광범위한 비핵화·경제 혜택 맞교환 제의
다시 ‘슈퍼매파’ 앞세워…중재 맡을 文대통령 고심 커질 듯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 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은 2월28일 핵 담판 결렬 이후 서로를 향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혼란 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좀더 우세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플러스 알파(+α)'를 요구, 대화판을 깼다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추측의 근거는 각종 스캔들로 불안한 트럼프 대통령 입지, 미국 내에서 민주당이 제기해 온 북·미 대화 회의론 등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에 기반해 '새로운 길'(미국과 더이상 대화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개혁개방)을 운운하며 완전한 비핵화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북·미가 각자에 유리한 발언만 늘어놓는 한 시계제로 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공은 이제 양 측이 아닌 한국 정부에 넘어왔다. 한반도의 미래, 국제사회 시각 등을 고려해 적절한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4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간 날선 사후(事後) 발언을 걷어내고 핵 담판을 복기할 단서는 미국으로부터 먼저 나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월3일(현지시간) 미국 CBS와 폭스뉴스, CNN 방송 등에 출연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협상 뒷얘기를 소개했다. 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장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사항과 그 반대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대가로 북한의 거대한 경제 미래상을 제시했다고 볼턴 보좌관이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문을 열어놨으나 그들(북한)이 걸어들어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글, 영어로 각각 작성된 빅딜 문서 2부를 전달받았다. 미국이 이렇게 문서로 구체화한 빅딜 제의를 부각시키는 것은 '의도적인 판 깨기'란 일각의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협상 기준점'을 제시한 만큼 북한과의 후속 담판에서 밀리지 않고 제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특히 빅딜 문서 전달 사실을 볼턴 보좌관이 공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슈퍼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대북 공개 발언을 삼가 왔다. 대화 국면이 흔들리자 다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볼턴 보좌관은 향후 미국의 협상 기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볼턴 보좌관은 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대북 제재이고, 북한이 원하는 것 역시 제재 완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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