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암초’ 만난 시진핑의 ‘일대일로’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6 17:00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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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구르·무슬림 탄압 문제 부상…이슬람 국가 등 돌릴 수 있어

#1. 지난 2월21일 사우디아라비아 정권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중국을 방문했다. 이튿날 빈 살만 왕세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위시한 중국 최고지도부를 모두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280억 달러에 이르는 35개 경제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시 주석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중국은 사우디의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도 “사우디와 중국은 수천 년 전부터 아무런 문제 없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고 화답했다.

#2. 앞선 2월20일 시 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났다. 시 주석은 라리자니 의장에게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길 원하는 중국의 의지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5년 7월에 타결된 이란 핵협상을 뒤엎고 경제제재를 재개한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2018년 11월6일 터키 국민들이 중국의 위구르 무슬림 탄압 비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2018년 11월6일 터키 국민들이 중국의 위구르 무슬림 탄압 비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中 ‘위구르족 탄압’에 터키마저 등 돌려 

중국이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를 각각 대표하면서 앙숙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를 잇달아 만난 건 이례적인 조치였다. 중국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따라 해마다 막대한 원유를 중동으로부터 수입한다. 또한 중동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해외 건설시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이슬람 세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이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족과 무슬림 탄압 문제로 궁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국은 중동의 또 다른 맹주인 터키와 설전을 벌였다. 2월9일 터키 외교부 하미 악소이 대변인의 논평이 발단이었다. 악소이 대변인은 “위구르족 음악가인 압둘라힘 헤이트가 신장 내 이슬람교도 수용소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의 권리를 존중하고 무슬림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그에 맞서 중국은 관영 국제라디오방송의 터키어 채널을 통해 “헤이트가 살아 있다”며 그가 등장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2월11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영상을 근거로 “터키가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중국을 근거 없이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날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외메르 첼리크 대변인은 “수많은 위구르 튀르크인을 수용소와 감옥에 억류한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터키에서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종종 일어났으나, 터키 정부는 위구르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기피했다.

그랬던 터키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수면 위에 떠올린 것은 국내외 사정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극우 및 우파 정당들이 위구르족 문제를 들어 AKP를 공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유엔 인종차별위원회가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즉각 석방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수용소가 있긴 하지만 소수 범죄자의 갱생을 돕는 기관”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9월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가 장문의 보고서로 그 실상을 고발했다.

휴먼라이트워치가 폭로한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신장 곳곳에 수십 개의 수용소가 있고 수용인원은 최대 100만 명에 달한다. 수감자들 중에는 범죄와 전혀 상관없는 변호사·의사·지식인, 심지어 공무원까지 있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민감국가’로 분류한 26개 나라에 친척을 두거나 현지를 방문한 무슬림을 무더기로 검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주장처럼 “극단주의자들을 격리시켜 테러리즘을 뿌리 뽑기 위한 곳”은 결코 아니다.

2018년 9월2일 홍콩에서 열린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항의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위구르 소요 사태를 알리는 사진을 들고 있다. ⓒ EPA 연합
2018년 9월2일 홍콩에서 열린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항의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위구르 소요 사태를 알리는 사진을 들고 있다. ⓒ EPA 연합

反中 분위기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흔들

실제 수용소의 운용은 감옥과 유사하다. 수용소 측은 갓 입소한 수감자를 잠재우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매달고 때리면서 심문한다. 또한 며칠 동안 행군을 하게 한다. 일과로 이슬람 신앙을 비판하거나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대신에 중국어와 유교 경전, 사회주의사상을 교육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는 애국적인 중국어 노래를 부르거나 중국 법을 암기토록 한다. 수용소에 감금됐었던 한 위구르족은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감자들은 영혼을 잃은 로봇과도 같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미국 여야 의원들은 초당파적으로 신장자치구에서 위구르족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미국 의류공급 업체는 수용소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 1월에는 신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일어났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수도 비슈케크 중앙광장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을 비난했다. 또한 중국인에 대한 취업허가 억제, 중국인과의 결혼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는 금세기 이래 중앙아시아(중앙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반중 시위였다. 그동안 중앙아 국가들은 반중 움직임을 엄격히 통제했었다. 중국이 주요 투자자이자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육상 실크로드에서 중앙아가 주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협력 공세를 받았다. 따라서 위구르족 문제가 향후 중앙아와 다른 이슬람 세계에서 반중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실제 중앙아 국가의 주민 대부분은 위구르족과 같은 수니파 이슬람교도다. 또한 신장에는 같은 핏줄인 카자크족·키르기스족 등이 거주한다. 이미 이들 소수민족 주민의 수감 소식이 중앙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물론 중국은 사우디나 이란처럼 정치·경제적인 선물을 앞세워 중앙아와 이슬람 세계를 달랠 전망이다. 하지만 터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슬람 국가들은 자국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중국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시 주석의 대외전략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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