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후폭풍]③ 다시 웃는 일본, 울상인 중국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8 15: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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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함수(下)
일본 보수층, 한·미, 북·미 갈등 부추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이로써 동북아 정세는 또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노이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시사저널 취재진은 국내 여러 한반도 문제 전문가 및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북·미 회담 결렬’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함수를 찾아냈다. 결국 이 3대 이슈가 향후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앞선 (中)편 [하노이 후폭풍]② 문대통령 향한 美주류의 불신 기사에 이어 계속됩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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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시 웃음 되찾은 일본, 울상인 중국

국내 언론들은 2차 북·미 회담 결렬 이유 중 하나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등장을 든다. 볼턴은 그동안 이란 핵협상, 베네수엘라 문제 해결 등에 관여해 왔다. 반면 북핵 협상은 폼페이오가 진두지휘했다. 볼턴은 북한이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슈퍼 매파’다. 2002년 2차 북핵 갈등의 시발점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었던 볼턴의 입에서 비롯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은 연일 언론에 나와 북한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부인한 제재 강화까지 언급하면서 말이다. 볼턴의 등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볼턴은 나중에 실제 협상에 돌입하면 얼마든지 뒤로 뺄 수 있는 카드다. 일본 언론이 폼페이오가 강경론자로 변신했다고 보도하는 것 역시 전략적 선택이다. 폼페이오의 변신은 강한 압박을 주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같이하려는 관료 특유의 자세다.  

일본은 하노이 회담 결렬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유일한 승자다. 일본은 우리 다음으로 북핵 위험에 노출된 나라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 이러한 ‘재팬 패싱’은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됐다. 도요우리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일본을 겨냥한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해체에만 몰두하는 트럼프의 ‘스몰딜’은 일본에 큰 걱정거리였다”고 말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6일자 기사에서 “2월28일 북·미 정상회담 당일 날 아베 총리가 전직 외무성 사무차관들과의 만찬 때 식사도 제대로 못 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와 ‘김 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납치 문제를 얘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아베 총리와 통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핵 협상에서 일본 쪽 의견을 십분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은 입장이 난처하다. 2월28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무역의 9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당초 중국은 남북한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얻길 원했다. 경우에 따라 북한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이용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중국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회담 하루 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생각해 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그런 기간이었던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여기서 서운함의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미국 주류층이다. 회담 이후 미국에서 나오는 한·미 갈등 기사 역시 남북대화에 속도를 내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 조야의 서운함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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