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루트’ 재현한 김정은의 베트남 방문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8 15: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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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최대 공업도시 하이퐁과 관광명소 하롱베이 찾아…북한 제조업과 관광업 재건의 롤모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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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김일성 루트’다. 김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첫 번째 방문은 한 해 전 1957년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의 공식 방문이었다. 이와 달리, 두 번째는 비공식이었다. 1958년 김 주석은 남딘성의 섬유공장을 찾았다. 1964년에도 김 주석은 하노이 인근 기계공장을 둘러보고 갔다. 또 북부 관광명소인 하롱베이를 찾는 여유도 가졌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역시 성격은 비슷하다. 북한 수행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월26일 북부 최대 공업도시 하이퐁의 전기차 제조기업 빈패스트를 찾았으며, 일부는 하롱베이를 방문했다. 두 곳 모두 북한 제조업과 관광업 재건의 롤모델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 방문 때와 다른 게 있다면 당시 베트남은 제조업 시설이 미비한 농업 국가였지만, 지금은 아시아 신흥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경제지원을 해 준 대상에서 이제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기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오는 과정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58년 1차 방문 때 김 주석은 중국 베이징(北京)·우한(武漢)·광저우(廣州) 등을 찾았으며, 이때 중국이 제공한 비행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중국 서남부를 관통했다는 점은 북·중 관계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무려 6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장장 4500㎞나 되는 거리를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 내 열차 시간표가 혼선을 겪으면서 “14억 중국인이 북한 지도자 한 명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내부 불만도 쏟아졌지만,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내부 체제를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의 순방일정은 2월23일부터 3월5일이다. 무려 11일간 평양을 비웠다. 강력한 내부 통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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