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자신을 바꾸는 스타 PD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0 13: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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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만으로 삶이 바뀐다는 김민태 EBS PD의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책을 읽은 후 자신에게 변화가 없는 독서는 진정한 독서가 아니고, 떠난 후 자신에게 변화가 없는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다.” ‘인문학의 스승’ 중 한 명인 고미숙 작가에게 들은 이 문구는 필자가 좋아하는 지침이다. 그냥 여유를 주는 독서나 여행도 좋지만, 자신을 키우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 짜릿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PD가 있다. 《아이의 사생활》을 연출하고, 책으로도 발간해 화제를 일으킨 김민태 EBS PD다. 17년 차 중견 PD의 외도 아닌 외도는 그래서 경이롭다. 꼭 3년 전 내놓은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를 통해 사적인 글쓰기에서도 어느 정도 지평에 오른 김 PD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있었던 일을 쓰는 것만으로도 마법이 일어난다’는 모토 아래 글쓰기 전도사가 된 그를 만나봤다.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김민태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252쪽│1만4000원 ⓒ 조창완 제공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김민태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252쪽│1만4000원 ⓒ 조창완 제공

“집필 작업이 끊임없는 변화 불러와”

전작에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집기 위한 ‘한 번 하기’의 힘을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가지고 나온 화두는 ‘글을 한번 써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책의 내용이나 구성에서 전작보다는 훨씬 깊은 무게가 느껴진다. 계속된 집필 작업을 통해 김 PD가 끊임없이 진화한 듯한 모습이다. 

“책을 쓰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느낍니다. 우선 작은 것부터 말씀드리면, 리서치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떤 책을 보아야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을지 직관력이 좋아집니다. 다분히 경험 덕분이죠. 쓰기 속도도 빨라져요. 최대한 빨리 쓰고 큰 수정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다는 걸 역시 경험으로 터득하죠. 큰 변화는 질문하고 가설을 세우는 능력입니다. 역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말하기 겸연쩍은데 점차 유능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의 이번 책은 우연한 계기에 시작됐다. 어떤 출판사의 에디터가 아이템을 가지고 찾아와서 이야기하던 도중에 원래의의도는 사라지고, 이 책의 방향을 잡아냈다. 

“저는 책에서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질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질문은 초기에 정리됐습니다. ‘글을 쓰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혹은 ‘나는 왜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추천할까?’ 등이오. 이런 질문은 글쓰기가 나의 정서와 성장에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가설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설을 갖게 되면 글이 빨리 써집니다.”

저자는 책에서 글쓰기의 세 가지 효과를 강조한다. 우선 쓰면 쓸수록 단단해지는 자의식의 힘을 말한다. 두 번째는 쓰면 쓸수록 자신의 세계가 커지는 자기 효능감의 힘, 그리고 마지막이 글쓰기를 하면 삶이 달라지는 가능성의 힘을 말한다. 이것은 당연히 작가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책은 가독성이 좋다. 비결은 무엇일까. 

“글을 빨리 쓰려고 노력합니다. 질보다는 속도요. 그리고 제 생각을 많이 담으려고 합니다. 당연히 페이스북 글이 제 글쓰기의 근간입니다. 숙려하지 않으니 글 생김새도 편안합니다. 이렇게 뿌려 놓은 글들이 나중에는 진짜 농사에 쓸모 있는 경우가 많아요” 

얼핏 페이스북 같은 가벼운 글쓰기가 이 정도의 일관된 책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책으로 구성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연역의 방법으로 하다가 그게 잘 안 된다는 걸 깨닫고, 귀납의 방법으로 구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 달 동안 목차만 고민하던 적도 있었어요. 의미 없습니다. 소재와 관련 있는 건 일단 쓰는 거죠.”

PD라는 직업이 사람을 접촉하기는 쉽지만 SNS를 보면 그가 사람을 만나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런 넓은 만남을 통해 그는 글감을 얻는 것일까?

“2013년도에 SNS를 시작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재미를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스승이 참으로 많구나.’ 직장을 벗어나면 세상이 참 크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평생 가져갈 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힘이 가장 넓게 드러나는 것은 본업인 방송을 통해서일 것이다. PD로서 자신의 방향은 무엇일가?

“일과 사랑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인생의 방향이고 업무의 방향입니다. 일과 개인의 삶을 가깝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재미있고 배움 있는 삶 위한 변화 시도

방송사에서 일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만큼 다음 변화에 관해서도 물어봤다. 

“2018년 여름에 ‘밥벌이와 무관한 인생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밌으면서 배움도 있는 삶이오. 그때 생각난 것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였습니다. 만약에 체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로 했어요. 첫 인물로 직장인 영어의 신 문성현씨를 만나, 2월에 첫 녹화를 했습니다. 이처럼 매월 한 명씩 만나고 싶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즐겁게 배우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올해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는 글쓰기가 즐거운 이유에 대해 “글쓰기 역시 나를 다른 세계로 보내는 작업 아닌가. 그 세계에서 마주하는 ‘나’는 일상에서 만나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미숙 작가가 말한 변화를 글쓰기를 통해 이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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