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트럼프에 김정은 '미사일'로 맞불?…북·미 관계 다시 '긴장모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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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트럼프, '모 아니면 도' 빅딜 전략 고수"
트럼프, '볼턴식' 협상 전략 구사에 북·미 관계 다시 안갯속
김정은 셈법 미지수…북한 ICBM 발사 가능성도 제기

"대통령은 '빅딜'을 원했고 그것을 매우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을 위해 열어놓은 문을 향해 걸어 나오려 하지 않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확대회담에 배석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월3일(현지 시각) CBS와 CNN, 폭스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이번 회담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당시 볼턴의 발언을 두고 외교가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리스크(risk)를 감수하고 북한을 몰아붙였을 리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볼턴의 주장은 협상 실패를 만회하려는 과장된 발언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볼턴의 이 같은 발언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회담장 밖에선 ‘부드러운 기조’를 보이던 트럼트 대통령이 회담장 안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코너에 몰아붙인 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을 읽은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금 ‘강공 모드’로 전략을 선회할 경우 북·미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다시금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AFP통신은 3월9일(현지 시각)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를 고수한다'라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매체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 종료를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그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간협정'을 체결하리라는 광범위한 추정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기조가 점진적·단계적 접근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봤던 일반적 관측이 틀렸다는 얘기다.

매체는 이어 "회담 결렬과 만연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화학반응'에 베팅하며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을 고수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 같은 평가의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미 국무부 고위 관료가 최근 백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핵문제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는 인물이 없다고 발언한 점도 강조했다.

AFP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째 정상회담도 준비하고 있다"며 "그는 여전히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결국 (과거 비핵화 협상들과)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전략이 ‘강공모드’로 확정된 것은,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볼턴의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온전히’ 받아들여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는 볼턴이 개발한 방안이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직후 7월1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전략적 결단만 한다면 핵·미사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대량살상무기를 1년 내에 해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결국 볼턴의 발언이 곧 트럼프의 ‘생각’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나면서, 볼턴의 인터뷰도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공모드’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3차 북·미 정삼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 아니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볼턴은 3월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3차 정상회담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거냐'는 질문에 "핵심 정책 결정자는 김정은이며 그는 대통령에게 직접 빅딜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열린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을 확인한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지는 미지수다. 북한 역시 다시금 ‘강공 모드’로 전략을 선회할 경우, 북·미 간의 파열음이 크게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의 경우 무력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CN은 3월9일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단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산음동 연구단지는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생산한 시설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7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인공위성을 쏜다면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깬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시기상조(too early to see)"라면서도 “사실로 확인되면 매우 실망할 것”(very disappointed)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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