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끝짱] 정두언이 말하는 김부겸의 생존법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2 1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두언 "김부겸답게 가라"

[정두언의 시사끝짱]

■ 진행: 시사저널 소종섭 편집국장
■ 대담: 정두언 전 의원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제작 : 시사저널 한동희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소종섭 편집국장(소):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내각에서 물러나는 분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주목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단 민주당에선 김부겸 장관이 원내대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본인 역시 최근 적극적으로 활보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려내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 의원님 김부겸 장관과 오랫동안 의정 활동을 해왔고, 잘 아시잖아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배): 친하시잖아요.

정두언 전 의원(정): 친구죠. 대학 동기고.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이고, 같은 당에도 있었고. 그 분이 민주당에서 원내대표 나갈 때 제가 지원을 많이 했어요.

소: 지원을 어떻게 하셨어요.

정: 내 나름대로. 그러니까 저런 친구가 지도자가 되는 게 맞는다는 생각으로.

배: 의원님이 지원을 많이 하셨는데 마포 식당에는 가끔 오시나요.

정: 지난번에 왔다 갔는데. 모르고 우리 윗집을 갔어요. 윗집이 단골이었나봐요. 같이 온 사람들이 우리 집을 들어온 거예요. 약속 장소를 잘 모르고. 누구를 찾느냐고 그랬더니 김부겸을 찾는대. ‘김부겸은 여기 예약 안 돼 있는데’ 했더니, ‘아 위인가 보다’ 하고 올라가더라고. 그래서 ‘잠깐, 김부겸한테 전해라. 다음에 우리집안 오면 죽여버린다고.’ 그랬더니 나타났더라고. 김부겸 장관도 옛날에 식당을 했었어요. 어렸을 때 책방도 하고 식당도 하고. 부인이 고생 많이 했죠.

소: 정 의원님이 보시는 인간 김부겸은. 아까 좋은 정치인이라고 평가하셨는데. 내가 보는 정치인 김부겸은 어떤 인물인가요.

정: 보통 진보 진영에 있는 지도자를 보면 굉장히 강하고 유연성이 없죠. 근데 김부겸은 굉장히 유연하고 합리적이고 인품도 좋고. 또 나름대로 영리하고 내공도 있고 두루두루 다 갖춘 지도자감인데. 그게 국민들한테 부각이 많이 안 돼서 안타깝죠. 물론 진영은 달리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도움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죠. 근데 이번에 나오면서 한 마디 한 게 언론에서 화제가 됐는데. 지난번에 개각 명단 발표하면서, 출신지를 뺐죠. 고등학교 이름을. 사실 이상한 거거든요. 호남에 치우치지 않고 경북에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게 치졸하다는 표현을 적절하게 잘 썼는데. 그거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게 못마땅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아직도 일사불란해야하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안 되고 (그러는데), 그게 선진국이 아니란 거죠. 같은 당에서, 같은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건데, 이건 뭐 생각이 있더라도 얘기도 못하고. 그래서 저는 이 분이 잘했다고 생각하고. 또 이분이 수명이 있어요. 물론 지금 친문 비문이라는 게 구분이 애매해졌지만, 사실 이분은 비문이거든요. 열성적인 ‘문빠’들의 지지를 받기 힘든 사람이에요. 사람 훌륭하지만 안 뜨는 이유가 이거거든요. 저는 (김 장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문빠 지지를 못 받는다.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갈 건 분명하니까, 차라리 어느 저도 대안 세력으로 각을 세우면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요. 

소: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했습니까.

정: 못했는데. 

배: 저는 정 의원님이 이렇게 누군가를 호평하시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음주 즈음에 아마 단체 예약이.

정: 행안부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거예요?

배: 저도 김부겸 장관을 잠룡(이라고 평가해요). 경쟁력 있는 잠룡인 이유는, 민주당 내에서 대구 경북을 지역구로 하고 있고, 원래 선거구도 군포였잖아요. 본인 스스로도 떨어질 걸 알면서도 대구로 갔었던 건, 미래의 꿈이 있지 않다면... 노무현 학습 효과를 본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사지로 갔던 것. 본인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정파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낙마했던 경험). 행안부 장관도 비교적 성공적이지 않았습니까. 각종 매체에서 장관 평가를 하더라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제일 중요한 건 앞으로, 두 가지 갈래 길이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원내대표의 길을 가느냐. 원내대표로 간다면 총선 결과에 대해서 본인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고, 당 조직까지 자신의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항간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김부겸을 민다(라는 얘기가 있어요). 근데 저는 추측일 뿐인 거 같고. 과연 의원들이 투표하는 원내대표직을 장관직에서 갓 돌아온 김부겸 의원이 거머쥘 수 있을까. 저는 쉽지만은 않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공천에 대한 영향력을 넘겨주는 셈이나 다름없잖아요. 

또 하나는 내 코가 석자인 거예요. 대구 경북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러다보면 원내대표라는 것은 탈 지역구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런 여유가 과연 있나. 제가 기억나는 게 16년 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종로에 나갔을 때, 다 종로에만 올인하라고 했는데 본인이 여유를 부렸거든요. 물론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예측을 잘못 한 책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라는 건 당선 확정이란 게 없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대구 경북 지역에서 다시 당선되는 건 반드시 해야 하는 건데. 근데 김현미 장관, 김영춘 의원, 노영래, 김태년, 이인영 등등이 모두 원내대표에 거론되고 있으니까 분명히 공을 들이고 있을 거거든요. 친문과 비문을 나눈다면 물론 친문에 유리할 거고. (이런 걸 고려한다면) 과연 (원내대표직을) 거머쥘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차기 대선인데.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 차익을 내는 정도의 성과를 올려야 하거든요. 그런 거 생각하면 원내대표를 갈 수 있을까. 2020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김부겸 의원이 차기 대선 후보로서 오롯이 설 수 있을까 하는 거에 대해선 조심스러워요.

소: 정 의원님은 지금 시점에서 김부겸 의원이 정치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정: 김부겸답게 가야죠. 쉬운 길로 가지 말고.

소: 그 길은 어떤 길입니까.

정: 저는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 만만치 않을 거라고 봐요. 그런 걸 생각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고. 그게 김부겸다운 거예요.

소: 김부겸 색깔을 내라.

정: 안 되더라도 여한이 없는 거죠. 눈치 보다가 안 되면 본인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안 되면 그만이라는 자세로 나가는 게 좋다고 보고. 근데 어쨌든 내년 선거가 제일 중요하죠. 원내대표보다 거기서 살아나면 가능성이 열리고, 스케이트로 치면 쇼트트랙. 

소: 전력질주.

배: 완만히 뛰다가 막판에 튀어 나가서. 

소: 오른 발을 들이미는 겁니까.

배: 살짝 날만. 

정: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소: 일단은 원내대표 생각하지 말고 대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거. 이게 제일 중요하다. 거기에 전념해라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보이는 게 좋다.

정: 이를테면 송영길 의원도 원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잖아요. 원전은 진짜 문제가 있잖아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미세먼지 때문에 석탄 줄이라고 했는데, 뭔가를 줄였으면 뭔가를 늘리는 게 상식이잖아요. 근데 늘릴 게 원전밖에 없잖아요. 근데 거기다 원전까지 줄이면 어쩌자는 거예요. 산수가 안 되잖아요. 그럴 때 이건 원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게. 그리고 또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나이가 젊잖아요. 이해찬, DJ, YS 모두 70대에 다 한 사람이에요.

배: 인생은 70부터니까.

정: 늦게 하는 게 더 좋은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지금 하는 거보다. 그러니까 길게 보고 가는 거죠.

배: 김부겸 장관을 보면 대선 후보로 이야기할 때 이미지가 좀 더 파격적이었으면(하는 게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노 전 대통령은 뚜렷한 본인만의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근데 김부겸 장관의 경우엔 학교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의 경력과 관련해서 사실 아주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행안부 장관으로서 표현할 때 그런 건 잘못된 관행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치졸'이란 표현을 쓰니까 발끈하게 되거든요. 단어 하나에. '치사빤쓰'라는 정도라든지.

소: 더 심한 거 아닙니까.

배: 글자에 졸자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발끈하더라고요.

정: 인사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거든요. 대통령한테 치졸하다고 표현한 걸로 생각하는 거죠 사람들이.

소: 지지세력 입장에선 그런 부분에서 발끈하는 거죠.

배: 가령 버닝썬과 관련해서도 '사과' 김부겸이란 이미지가 있어요. 대구 경북에 사과가 많기는 합니다만 정치적으로 사과를 그렇게 할 때는 아니죠. 버닝썬 나왔을 때, 이거 누구야,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건 안 된다고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으면). 그리고 친문, 비문을 떠나서 자기 조직이 없는 거예요.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할 때도 계속해서 출마할까 말까 눈치를 봤다는 겁니다. 문심이 있으면 본인이 출마할 거고 없으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소: 그런 비슷한 얘기를 인터뷰에서 해가지고 또.

배: 또 결정적인 거 하나는, 이럴 때 시사저널 TV에 나오는 겁니다.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구독 꾹 누르고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하면서 아 제가 김부겸입니다 하면 애정 뿜뿜 하는 거거든요.

정: 완전 아재개그...

소: 한 번 모셔야겠네요.

배: 이런 걸 파격적으로 하는 게 김부겸에게 필요하다. 사과 김부겸에서 구독 김부겸으로.
 
소: 홍보대사 같아요. 어떻게든 김부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좀 더 자기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차기 대선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