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이커머스 주주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실공방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07:55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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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이 전 부회장과 이씨 한 몸” vs 이 전 부회장 “우리도 당했다”

무자본 인수 일당 검찰 수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이 있다. 일부 피해 주주들은 이씨와 함께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사실상 ‘한 몸’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전 부회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신들도 이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니콜 신화’로 잘 알려진 이 전 부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 퇴직 후 코스닥 업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에 휘말려왔다.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투자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KJ프리텍과 동양네트웍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가 지분을 보유하던 기업이 매각 직후 상장 폐지되거나 파산신청을 하는 등 석연치 않은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속옷 브랜드 좋은사람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무자본 인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시사저널 제1528호 ‘[단독]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좋은사람들 수상한 인수 의혹’ 기사 참조).

피해 주주들은 두 사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주주들은 이씨의 작업 초기 단계부터 이 전 부회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한다. 그가 동양네트웍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제이피원이 픽솔1호투자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서다. 또 이 전 부회장이 보유하던 KJ프리텍을 이씨에게 매각한 점도 석연치 않다. 물론 여기까진 정상적인 투자와 거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와이커머스 일부 주주들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업사냥꾼 이씨와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내고 있다. ⓒ 연합뉴스
지와이커머스 일부 주주들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업사냥꾼 이씨와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내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양측 주요 인사가 상당수 겹친다. 제이피원 대표는 현재 큰빛(지와이커머스 자회사) 직원으로도 소속돼 있다. 또 이씨의 최측근도 지와이커머스 인사총무부장과 제이피원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의 측근이자 한때 제이피원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이아무개씨도 큰빛 감사를 맡고 있다. 이 감사는 과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좋은사람들을 무자본 인수한 전력이 있다. 좋은사람들은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8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횡령금은 지금도 미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KJ프리텍을 이씨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KJ프리텍을 지인인 김아무개씨에게 매각했는데 그가 이후 계약서상 인수자를 이씨로 바꿔놓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이씨로부터 아직까지 전체 인수대금 중 40억원 가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4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지급 받지 못했음에도 2년 넘게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이유에 대해서는 “지인 김씨의 요청으로 계속해서 잔금 지급을 기다려온 상황”이라며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이 전 부회장의 좋은사람들 인수를 지원하려 한 정황도 있다. 큰빛과 해덕파워웨이는 앞서의 분쟁 과정에서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합의서에는 양사 간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해덕파워웨이가 좋은사람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자금 150억원을 조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합의 내용은 결국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들은 이씨가 이 전 부회장의 좋은사람들 인수에 힘을 보태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회장 측은 “좋은사람들 인수를 위해 지분을 취득한 직후 이씨가 접근해 좋은사람들 주식을 자신에게 넘길 것을 제안했다. 미지급된 KJ프리텍 주식 매매 대금 40억원에 60억원을 추가로 얹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이 과정에서 양사 간 합의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우리 의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주주들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와이커머스 자금이 제이피원으로 흘러간 증거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피해 주주들이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배경도 그에게 전달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지와이커머스 내부 회계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체 대기대여자금 잔액은 111억원이었다. 이 중 제이피원에 대여된 자금은 42억원이었다. 자료상에는 제이피원이 지난해 8월16일 단기대여금 잔액 23억원 중 16억원을 변제했지만, 불과 10일 만인 8월23일 다시 35억원을 대여해 간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제이피원이 담보가치가 없는 채권과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가져갔다는 데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제이피원은 ‘레이젠 7회차 CB 20억원’ ‘레이젠 10회차 CB 10억원’ ‘픽솔1호투자조합 소유 레이젠 주식 110만8199주’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당시 레이젠의 주식과 CB는 담보가치가 전무했다. 지난해 3월 2017년도 결산보고서의 회계감사 의견거절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그해 8월14일 사실상 상장폐지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담보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제이피원은 자금 대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말 외부회계감사 결과 ‘계속 기업 가정 불확실로 의견거절’을 받을 만큼 재무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제이피원에 대한 대여금은 미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지와이커머스의 한 주주는 “이 전 부회장이 이씨와 얽혀 있다는 정황이 충분한 만큼 자금 회수를 위한 수사기관 고발 등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이씨가 지와이커머스 자금 111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회계법인 감사 과정에서 밝혀져 문제가 되자 사채자금을 끌어와 자금 공백을 일시적으로 매운 뒤 다시 그 자금을 빼간 것으로 확인된다”며 “실제 제이피원으로 자금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횡령을 숨기기 위해 장부상 자금이 넘어간 것처럼 꾸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전 부회장은 현재 제이피원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양네트웍스 인수를 위해 제이피원에 50억원을 대여한 것은 맞지만 경영을 맡겨 놓은 이가 이씨와 결탁해 제이피원을 쥐락펴락하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2017년 제이피원 주식을 담보로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횡령이 발생하면서 투자금 50억원 전액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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