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중국 탓”…‘팩트’ 없고 ‘감정’만 있는 한국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1 13: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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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96년부터 중국과 공동연구…“中 적반하장 태도 깨려면 연구 성과 뒷받침돼야”

2016년 5월부터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떠도는 게시물이 있다. ‘그린피스가 미세먼지 발생을 한국 탓으로 돌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다. 게시물 상단에는 ‘초미세먼지의 50~70%, 국내에서 발생’이란 이미지가 걸려 있다. 이는 서울시의 2011년 발표 자료를 인용한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그런데 게시물 하단에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대표자의 이름을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대표가 중국인’이라고 쓰여 있다. 한눈에 봐도 중국인이 대표인 그린피스가 중국 정부의 주장처럼 미세먼지의 책임을 한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요지다. 과연 이 같은 의혹은 사실일까.

그린피스는 글로벌 NGO 조직답게 동아시아에서 홍콩(1997), 베이징(2002), 타이베이(2010), 서울(2011) 등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그리고 실제 현재 그린피스 동아시아 사무총장은 중국인인 쯔이팽청이다. 하지만 정작 그린피스 동아시아 내에는 쯔이보다 훨씬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가 있다. 그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베이징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한국인 최희정씨다. 최씨는 국제 청원 캠페인 단체인 아바즈로 옮겨 일하다가, 2014년 글로벌캠페인리더(GCL)가 돼 그린피스 동아시아로 돌아왔다.

2018년 11월14일 극심한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시민들 ⓒ EPA 연합
2018년 11월14일 극심한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시민들 ⓒ EPA 연합

中 허위 미세먼지 수치에 ‘숫자’로 반격한 日 

필자는 2005년 이래 중국 환경문제를 취재하며 3차례 그린피스 베이징과 홍콩 사무소를 방문했다. 최씨를 비롯한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 중국에서 초미세먼지(PM2.5) 문제를 가장 먼저 연구조사하고 사회 이슈화한 단체가 그린피스다. 2013년 1월부터 두 달 동안 최악의 미세먼지가 베이징과 주변 성·시를 엄습했을 때 중국 언론매체는 그린피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먼저 찾아 읽어야 했다. 2012년 12월에 나온 ‘위험한 호흡: 초미세먼지의 건강위해와 경제손실 평가연구’(이하 평가연구)가 그것이다.

2011년 가을까지 중국에선 미세먼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었다. 이듬해부터 스모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오염 현상에 대한 연구가 환경 당국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 첫 성과물이 평가연구였다. 필자도 2013년에 평가연구를 읽고 그린피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미세먼지 문제를 현장 취재했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환경 NGO로 유명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조사와 연구에만 집중한다. 중국 정부가 가하는 통제와 압박,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료와 데이터 등으로 인해 행동전략을 바꿨다. 그 이유는 현장에서 조사한 팩트와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동해야 중국 정부의 간섭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중국 정부는 그들의 보고서와 주장을 유언비어라면서 압박하고, 심지어 문을 닫게 한다. 따라서 환경 NGO 활동가들은 언론 기자 못지않은 현장 취재력, 대학 교수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예측값’ 아닌 정확한 ‘데이터’로 반박해야

이런 중국의 현실을 꿰뚫어보고 대응했던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중국에 먼저 환경오염 문제를 공동연구해 풀어 나가자고 제의했다. 따라서 1996년 5월에 중·일우호환경보호센터(이하 중·일센터)가 설립됐다. 중·일센터 운영을 위해 일본은 105억 엔의 자금, 다양한 기술과 축적한 노하우 등을 제공했다. 흥미롭게도 일본은 중·일센터의 운영을 중국에 맡겼다. 하지만 진행하는 사업의 조사와 연구 대부분은 책임지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환경 정보와 데이터를 입수해 축적할 수 있었다. 현재 중·일센터는 중국 생태환경부 산하 환경발전센터로 개편·확대됐다.

이처럼 일본이 진행해 왔던 현장에서 조사한 팩트와 그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연구는 미세먼지 문제에서 빛을 발했다. 2013년 1~2월 살인적인 초미세먼지가 베이징을 강타하자, 중국 정부는 시내 곳곳에서 측정한 수치를 공개했다. 그러나 수치상 초미세먼지 농도가 베이징 시민들의 실제 체감과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의구심을 가진 일본은 중국에서 제공받은 데이터와 주중 미국대사관 조사원들이 현장 측정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가 공개한 모든 지역에서의 농도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조작됐음을 밝혀냈다.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라 시끄러워지자, 중국 정부는 잘못을 시인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해야만 했다. 실제 최근에는 모든 지역과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2013년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지만, 우리 정부는 실체적인 원인을 파헤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인 지난해 6월에야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를 진행할 한·중환경협력센터가 설립됐다. 이는 일본보다 무려 22년이나 뒤늦은 조치다.

우리 학계와 언론의 대응도 안일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미세먼지에 관한 연구 논문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표되고 있다. 중국환경모니터링센터가 발간하는 기관지를 보면, 초미세먼지에 관한 조사 보고서와 연구 논문이 매월 1~2편 실린다. 문제는 이런 보고서와 논문에 접근할 수 있거나 연구할 만한 한국 학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 우리 언론의 보도는 전문성이 없고 심증과 추측이 난무한다. 미세먼지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지, 팩트와 데이터로 명확히 제시하는 언론은 없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문제점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1월 류빙장(劉炳江)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관리국장은 “중국은 2013년 이래 지난해까지 대기 오염물질이 40% 이상 줄었으나 한국은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7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 탓하는 한국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하고, 전문가의 분석이 뒷받침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언론이 내세우는 인공위성을 통한 미세먼지 예측값과 이동 측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인공위성 예측값은 지상 측정값과 보통 2배나 차이가 난다. 결국 중국의 적반하장을 무너뜨리려면 정확한 조사와 과학적 연구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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