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기록 ‘도장 깨기’ 나선 류현진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7 09: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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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최다’ 18승 기록 따라잡기 노려
올해 LA 다저스 투타 전력 더 탄탄해져 20승도 기대할 만

LA 다저스 류현진 투수가 선배 박찬호 따라잡기에 나섰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와 정식계약을 맺고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보다 앞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원국·박철순은 모두 마이너리거에 그쳤다. 박찬호 이후로는 최근의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까지 25년 동안 21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다. 그 가운데 박찬호는 한국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초·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박찬호는 1996년 4월7일 리글리필드 구장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승리투수가 됐다. 2000년 8월25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선 0대0 상황에 3회초 솔로 홈런을 터트려,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홈런을 치기도 했다. 그해 박찬호는 18승(10패)을 올려 한국 선수 연간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2001년 LA 다저스 홈 개막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6년 동안 124승을 올려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승 기록(2위는 일본의 노모 히데오의 123승)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류현진이 선배 박찬호의 기록에 하나하나 도전하고 있다. 최초 기록은 뒤를 밟아 달성에 나서고 있고, 최고 기록은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개막전 선발승은 류현진이 지난 3월29일 경기에서 달성했다. 

류현진의 최대 타깃은 박찬호의 연간 최다승(18승) 기록이다. 류현진은 올해 20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외 메이저리그 전문가들도 만약 류현진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친다면 불가능한 기록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에 메이저리그 20승을 달성한 투수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블레이크 스넬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코리 클루버, 단 2명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달성하려면 33번 안팎에 이르는 선발 기회에 빠짐없이 던져야 하고, 팀 타선과 수비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불펜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류현진은 올 시즌에 대비해 김용일 트레이너를 개인 전담코치로 두며 철저하게 대비했다. 강도 높은 겨울철 훈련 스케줄을 잘 소화해 체중 대비 근육량이 53%에 이를 정도로 완벽한 몸을 만들었다.

ⓒ EPA 연합·뉴스뱅크 이미지
ⓒ EPA 연합·뉴스뱅크 이미지

류현진 승리 지켜줄 불펜진 구위 회복이 관건

다저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득점·홈런 각각 1위, 선발·불펜 방어율 각각 1위 등 투타에서 막강한 팀 전력을 보이면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 홈런 신기록(8홈런)을 세웠듯이 막강한 공격력에 안정된 수비를 자랑한다.

공격과 수비의 키 멤버는 유격수 코리 시거다. 코리 시거는 2016년 신인왕과 유격수 실버슬러거(유격수 가운데 타격 1위)를 수상했다. 리그 MVP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인데, 지난해 26경기 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전부터 팀에 합류해 수비의 핵인 주전 유격수로 나서 3할 타율에 20홈런을 칠 기세다. 

류현진의 승리에 가장 도움이 절실한 보직은 7회 이후를 책임져줄 불펜 투수들이다. 마무리 켄리 잰슨은 심장 수술 이후 무뎌진 커터의 위력이 돌아와야 하고, 머슴 같은 페드로 바에의 체인지업 역시 지난해처럼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려온 조 켈리가 지금은 다소 부진하지만 곧 페이스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스캇 알렉산더와 케일럽 퍼거슨 등이 뒷문을 잘 막아줘야 류현진이 20승에 도전할 수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김병현, 최고 연봉 기록은 추신수  

메이저리그 ‘꽃 중의 꽃’인 월드시리즈 기록은 한국 선수들 가운데 김병현 선수가 모두 갖고 있다. 김병현은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마무리 투수로 팀 우승에 기여해 첫 월드시리즈 등판 기록과 아울러 아시아 선수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1918년 보스턴이 뉴욕 양키스에 밤비노 즉 베이브 루스를 10만 달러에 판 이후 우승을 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끊고 우승을 차지할 때도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불펜 투수로 활약할 당시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뛰었지만, 아쉽게 패해 우승 반지를 끼지는 못했다.

류현진이 소속된 LA 다저스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25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전년도의 아픔을 딛고 작년에는 펜웨이 파크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4와 3분의 2이닝 동안 6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만약 올 시즌에도 다저스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오르면, 김병현은 물론 박찬호도 이뤄내지 못한 ‘한국 투수 월드시리즈 첫 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박찬호는 1994년 한양대 2학년 때 LA 다저스와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리고 201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로부터 220만 달러를 받을 때까지 18년 동안 8876만 달러(약 1000억원)를 벌었다. 2012년 한화 이글스로부터 받은 연봉 6억원은 유소년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놨다.

추신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신시내티 레즈로부터 각각 165만 달러와 1624만 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2014년부터 내년까지 7년간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1억3000만 달러를 받는 등 모두 1억4789만 달러(약 1630억원)를 보장받고 있다.

류현진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LA 다저스와 36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올 시즌에는 179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모두 5350만 달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다년간 수천만 달러 또는 1억 달러 이상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최고 수입을 올리고 있는 추신수를 맹추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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