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성이 적자기업 인수…'막걸리 시장' 가능성 예견
지난해 매출 100억…'가평 잣 막걸리' 청와대 만찬주 선정
"막걸리 세계화, '가평 잣 생막걸리'가 주춧돌 놓겠다."
박성기(55) ㈜우리술 대표는 우리 막걸리로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막걸리의 세계화'라는 우리술의 사훈에 맞게 막걸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막걸리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막걸리도 세계적인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독일 뮌헨(München)의 민속·맥주 축제)처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요. 가평에서도 매년 600여 종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자라섬 막걸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잡도록 만들어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8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주)우리술 본사에서 만난 박성기 대표는 자신을 '탁파'(濁派)'라고 지칭했다. 대학시절부터 유독 막걸리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이다. 박 대표가 막걸리 사업을 시작한 건 2000년 무렵이었다. 지금의 제 1공장인 '조종막걸리'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조종막걸리는 빚투성이 적자기업이었지만, 박 대표는 1998년 '지역외 판매금지' 규제가 철폐되면서 가능성을 봤다.
우리술은 '가평 잣 생막걸리'라는 브랜드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가평 잣 막걸리는 ㈜우리술의 매출 40%를 책임지는 효자 제품이다. 지난해 1월에는 가평 잣 생막걸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 간담회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평 잣 생막걸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박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노력도 한 몫했다. 가평 잣 생막걸리는 완전히 발효돼 흔들어도 터지지 않는다. 맛이 부드러워 목 넘김이 편하고 트림이 나지 않는다. 이런 맛을 낼 때까지 수 년간 밤낮 가리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직원들의 노고가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 술까지 합치면 개발한 막걸리만 100종류가 훨씬 넘어요. 막걸리를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군말없이 따라주고 노력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평 잣 생막걸리'가 탄생하게 된거죠."
전 세계 25개국 수출…캄보디아 시장 집중할 계획
우리술은 전 세계 25개국에 막걸리를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회사들과 아름다운 경쟁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세계의 모든 (주류)업체가 경쟁 상대다. 특히 올해부터는 캄보디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캄보디아는 맥주말고는 다른 술이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우리술에서 만든 막걸리를 캄보디아의 새로운 주종과 음주문화로 정착되도록 정성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가평 우리술의 모든 제품은 100% 쌀을 주원료로 하고 있다. 품질 좋은 막걸리를 생산하기 위한 '우리술'만의 고집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농가소득의 증대를 위해 2010년부터 김포시와 막걸리 전용 쌀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며 "국산 쌀이 수입 쌀에 비해 약 3배가량 비싸지만 막걸리 전용쌀 이라고 불리는 '안다벼' '보람찬 벼' 계약재배로 고급화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가평 잣 생막걸리'에 들어가는 잣도 최고급 국내산만을 엄선하는 등 지하 250m 암반수로 원료부터 깨끗한 막걸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누룩에도 글루텐 함유 식품인 밀가루를 쓰지 않고 쌀누룩만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박성기 대표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주축이 돼 막걸리 세계화에 뜻을 모은 업체들과 '막걸리 협회'를 설립했다. 2017년까지 협회장을 맡으면서 경기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대학원에 양조경영학과를 신설하는 등 막걸리 산업화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