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사실상 ‘위헌’ 결정…66년 만에 ‘폐지 예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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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낙태죄 법조항에 ‘헌법불합치’ 판단…2020년까지 법 개정해야

헌법재판소가 4월11일 낙태죄 법조항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즉각적인 무효화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한시적으로 법을 유지하는 대신 2020년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위헌 결정이다. 

4월11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4월11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9명 중 4명은 낙태죄 위헌여부를 가르는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또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하면 7명으로 위헌정족수(6명)을 넘는다. 

헌법불합치라고 판단된 낙태죄 법조항은 형법 269조와 270조다. 여기에 따르면,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낙태수술을 한 의사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는 이들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2020년 12월31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1일부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 결정은 1953년 낙태가 범죄로 규정된 지 66년 만이다. 

낙태죄는 2012년 8월에도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때는 재판관 8명 중 4명이 위헌으로 판단, 합헌 결정이 났다. 당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낙태 금지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럼에도 낙태죄 법조항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 14건 중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된 건 각각 한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선고유예(10건) 또는 집행유예(2건)로 나타났다. 또 낙태 사건은 고발이 접수돼도 대부분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끝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낙태죄 폐지에 동의하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4월10일 발표한 설문조사(성인남녀 504명 대상)에선 낙태죄 폐지 찬성 응답이 58.3%로 과반을 넘었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5~44세 여성 1만명 중 75.4%가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사회단체도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단체들도 존재한다. 헌재 결정이 나온 4월11일에도 양측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선 청년·청소년 단체, 장애인단체, 진보정당 등이 모여 낙태죄 폐지에 입을 모았다. 같은 날 오후 1시쯤엔 종교계와 보수단체 등이 모인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낙태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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