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 화해가 달갑지 않을 인텔·화웨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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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퀄컴, 5G 시대 앞두고 30조원 규모 소송전 합의로 끝내
애플에 모뎀칩 공급하던 인텔과 공급 기대했던 화웨이는 곤란해져

세기의 분쟁이 될 뻔했던 애플과 퀄컴의 30조원 규모 소송전이 중단됐다. 양사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경쟁사인 인텔과 화웨이에겐 달갑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에서 1월24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소비자사업부문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5G 모뎀 '발롱(Balong) 5000' 칩셋을 공개하는 모습. ⓒ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1월24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소비자사업부문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5G 모뎀 '발롱(Balong) 5000' 칩셋을 공개하는 모습. ⓒ 연합뉴스

4월16일(현지시각) 미국 IT매체 씨넷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전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던 법정 공방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모뎀칩 공급자인 퀄컴에 대해 “특허료가 너무 비싸다”며 고소한지 약 2년만이다. 업계에선 5G 경쟁에 뒤처진 애플이 퀄컴으로부터 5G 모뎀칩을 공급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고 보고 있다. 씨넷은 “프레너미(frenemy·친구이자 적)의 탄생”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대신 애플과 인텔의 협력관계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퀄컴과 소송을 벌이면서 모뎀칩을 공급받기 위해 인텔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작년 말 출시한 아이폰 XS엔 인텔의 모뎀칩만 독자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애플은 다시 새 아이폰에 퀄컴의 제품을 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양사의 분쟁이 종료됐단 소식이 알려진 날, 인텔은 공교롭게도 5G 모뎀칩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스마트폰 모뎀 부품 사업으론 수익을 낼 길이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인텔의 역량 부족을 철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안드로이드 오토리티는 “인텔은 5G 연결 능력에서 퀄컴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모뎀칩의 유일한 수급업자가 애플이었단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5G 모뎀칩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퀄컴과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삼성전자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애플에 공급하길 거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애플-퀄컴 소송전이 화웨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거란 전망도 있었다. 실제 런정페이 화웨이 CEO는 4월15일 미국 CNBC에 “애플에 5G 모뎀칩을 팔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애플과 퀄컴의 화해로 화웨이의 목표는 현실과 멀어지게 됐다. 다만 처음부터 애플과 화웨이의 협력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중국 측의 선봉장에 선 화웨이를 미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어서다. 화웨이 제품의 성능과 보안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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