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퇴행성관절염을 고치기 힘든 이유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2 17: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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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무엇을 하기보다 하지 말아야 좋아지기 때문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고치기 어렵다. 무릎연골은 한번 닳거나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기 힘든 조직이다. 무릎이 아픈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퇴행성관절염은 무엇을 해서 좋아지기보다는 무엇을 안 해야 좋아지기 때문에 더 어렵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①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이 생겼네요.” “작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게 생겼을까요?”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란다. 갑자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록 작년까지는 증상이 없었다 할지라도 퇴행성관절염은 수십 년간 내가 살아온 습관과 행동의 결과물이다. 중년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듯이, 무릎 퇴행성관절염도 젊었을 때 자기 무릎을 얼마나 혹사했는가에 대한 성적표를 60살쯤에 통보받는 것이다. 

한편으로 엑스레이상 퇴행성관절염이 있다 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해 보여도 걷는 데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어찌 보면 엑스레이에 보이는 관절염은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엑스레이 소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무릎이 아픈지, 아니면 안 아파서 잘 걸을 수 있는지 현재 증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② 의사가 할 수 있는 것 20%, 환자가 해야 하는 것 80%

“어떻게든 낫게 해 주셔야 해요. 선생님만 믿고 왔어요.”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치료는 저보다는 환자분이 노력을 더 많이 하셔야 합니다. 우리 함께 노력해 봅시다.” 퇴행성관절염이 좋아지는 데 있어 의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20% 정도다. 환자가 스스로 해야 할 것이 80%나 된다. 의사는 고작해야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거나 주사를 놓는 일을 하지만, 환자는 생활습관도 바꾸고, 운동도 하는 등 한마디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일평생 살아온 습관을 개선하는 일이어서 말처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앞으로 하이힐은 신지 말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세요”라든가 “앞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③ 무엇을 하기보다는 안 해야 낫는다

“그럼 뭘 하면 좋을까요? 뭘 먹을까요?” “뭘 해서 낫는 것보다는 뭘 안 해야 낫고, 뭘 안 먹어야 나을 가능성이 높아요.” 환자는 뭘 해서 극복하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은 뭘 할수록 치료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뭘 하지 않을수록 좋아질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다리가 골절됐는데 ‘내가 근력이 약해서 문제가 생겼구나’라며 근력운동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합병증이 생길 것이다. 골절의 치료는 일단 골절 부위가 붙을 때까지 고정해 놓고 다 붙은 후에는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 

무릎 관절염이 생긴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은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했어야 한다. 아프면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통증이 줄어들면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프면 운동을 시작하고 통증이 줄어들면 운동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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