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의 엇나간 자식 사랑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5 09: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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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통해 장남 회사 밀어주다 공정위에 철퇴…지원 막히자 프리드라이프가 직접 거래

프리드라이프는 자타 공인 상조업계 1위 기업이다. 2000년대 말 보람상조를 누르고 업계 1위에 오른 이후 10년여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018년 5월 공정위가 발표한 상조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의 자산은 8641억원.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 있는 부동산 평가액만 현재 100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업계 순위 평가의 기준이 되는 선수금도 8025억원으로 보람상조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프리드라이프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인사가 박헌준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2년 2월 현대종합상조(현 프리드라이프)를 설립한 이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상조업계 최초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상조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때여서 모델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박 회장이 광고 모델로 나서 큰 화제를 모았다.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 뉴스뱅크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 뉴스뱅크

장남 회사 내부거래 1년 만에 2배 증가

프리드라이프는 최근 여행(프리드투어)과 금융(프리드캐피탈대부), 컨설팅(엠투커뮤니케이션), 렌털(일오공라이프코리아), 웨딩(프리드웨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10년간 자산총액은 846억원에서 8641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큰 고초를 겪기도 했다. 2000년 11월 회삿돈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이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는 박 회장은 이후 이어진 2심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경영에 복귀한 박 회장은 또다시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비전 2022’를 선포하고 2022년까지 자산 5조원, 매출 5000억원 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동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상조업계에 최근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가 공정위에 제출한 선수금이 8040억원대로 보람상조(8320억원)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조업계 1위 자리가 10년여 만에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중 가장 자산이 많은 한라상조를 지난해 프리드라이프가 매각하면서 선수금이 낮아진 것으로 안다”며 “5월께 상조업체 주요 정보가 공개되면 구체적인 현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는 최근 계열사의 안마의자를 상조상품에 끼워 팔도록 강요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받았다. 2016년 6~7월 기존 상조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계열사인 일오공라이프코리아의 결합상품만을 판매하도록 영업점을 압박해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관계자는 “이전까지 프리드라이프는 다양한 순수 상조상품을 출시했다. 이를 중단하고 결합상품만을 판매하도록 강요하면서 영업점의 이익 감소뿐 아니라 판매원의 이탈로 영업 기반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6월 프리드라이프 영업점의 총매출액은 4월 대비 28%, 7월에는 83%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드라이프 측은 “과거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한 일오공라이프 문제는 2016년 있었던 일이다. 현재는 결합상품 자체가 없어진 만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세 밀어주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헌준 회장의 장남인 박현배 일오공라이프 대표와 차녀 박은정씨가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일오공라이프는 2016년 3월 설립됐는데, 이전까지 프리드라이프는 결합상품으로 H사 제품을 썼다. 하지만 일오공라이프 설립 이후 이 회사 제품으로 바뀌었다”며 “결국은 2세 회사를 밀어주기 위해 영업점에까지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박 대표가 일오공라이프의 지분을 일부 보유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앞서의 관계자는 “박현배 대표는 현재 일오공라이프의 지분 10%도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릴 경우 자연스럽게 2세의 보유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는 덤”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프리드라이프는 2세 체제로 전환을 마친 상태였다. 2011년까지 프리드라이프의 최대주주는 71%의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이었다. 박 회장의 창업 동지인 고석봉 부회장이 나머지 29%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박 회장은 55%의 지분을 특수관계인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장남인 박현배 대표와 장녀 은혜씨, 차녀 은정씨가 각각 15%와 10%, 10%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박 회장의 지분은 71%에서 16%로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고 부회장 역시 장녀인 민정씨에게 14%의 지분을 넘기면서 지분이 15%로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프리드라이프 본사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프리드라이프 본사 ⓒ 시사저널 임준선

프리드라이프 “2016년 문제로 이미 해결”

지분이 넘어간 방식이 증여인지, 아니면 유상증자나 장내매입 형식인지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과 고 부회장이 지분을 넘긴 시점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나 경영에 복귀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2세 체제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가 회사 수익의 근간인 대리점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남 회사를 밀어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업점을 통한 2세 회사 밀어주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프리드라이프를 포함한 상조업체의 ‘끼워팔기식’ 결합상품 마케팅이 당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상조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영업점을 통한 2세 회사 밀어주기가 막히자 회사 차원에서 일오공라이프와 직접 거래를 했다. 2016년 730만원에 불과하던 내부거래는 2017년 11억9000만원, 2018년 23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이 26억8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매출 대부분을 프리드라이프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프리드라이프 측은 “2017년부터 시작한 렌털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오공라이프의) 매출이 늘어난 것이지 2세 밀어주기는 아니다. 현재는 안마의자가 유일한 상품이지만, 향후 아이템을 늘릴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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