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원가 상승에 ‘산불’까지…적자 장기화에 비상 걸린 한전
  • 김도현 시사저널e. 기자 (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23 14: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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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적자 전환해 순손실 규모만 1조2000억원
한전 내부선 구조적 문제 공감대 확산

일시적일 것으로 평가했던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으로 한전의 개폐기가 지목됨에 따라, 한전이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60조6276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지만 2080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의 적자는 연간 실적으론 6년 만에 처음이다. 분기로 따졌을 땐 2017년 4분기 후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탈원전 정책’의 결과물이라며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점검 등으로 인해 원전 가동률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발전량 감소라는 점을 들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전 관계자가 4월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강원도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한전 관계자가 4월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강원도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재무위기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하지만 한전 내부에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4월 김종갑 한전 사장이 취임한 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1조9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이뤄낸 상황에서 맞이한 적자였기 때문이다. 자연히 충격은 한층 배가됐고, 직원들은 한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적자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단하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관계자는 “정비를 마친 원전의 가동률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게 될 2분기부턴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는 허점이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의 경우 당초 예견과 달리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어 하락을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는 한전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전은 현재 기획부사장 주관 아래 ‘재무위기 비상대책위원회(TF)’를 가동하며 적자폭 줄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해당 TF의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도 2조4000억원의 영업적자와 1조9000억원의 순손실이 예견된다. 계획이 나온 지 2개월여가 흘렀으나 한전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은 발전 원자재 중 하나인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세금 인하 소식뿐이다. 

설사 일시적 흑자 전환을 꾀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또 다른 한전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잘 알수록 한전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근심을 하게 된다”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과정에서 소요되는 천문학적 제반비용은 상당 기간 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제반비용은 민간발전소 혹은 발전기가 설립·설치되는 과정에서 배전선로·변전소 등과 관련된 설비투자비용이다. 그는 “인구 5만 명 규모의 소도시에 드는 비용만 200억원 상당”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민간사업자 유도를 위해 전력구입 비용 인상 등 각종 지원책이 확대됐는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져 향후 한전의 만성 적자요인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원도 산불도 근심거리다. 내부에서 한전의 구조적인 적자 장기화 우려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일어난 산불의 발화점이 한전의 관리 대상인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소재 개폐기로 지목되며 근심을 더한 모양새다. 이번 산불과 관련해 한전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아와 부딪혀 불꽃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며, 관리부실이 아닌 사고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은 한전에 배상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가 컸던 속초·고성·양양·인제 번영회장 모임인 ‘설악권번영회 상생발전협의회’도 한전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즉각적인 사과와 보상이 없을 경우 상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가 4월10일 청와대 앞에서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노후 전신주 유지·보수 예산 확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가 4월10일 청와대 앞에서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노후 전신주 유지·보수 예산 확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도 산불 피해 보상요구도 거세질 듯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전신주 설비들을 수거해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5월 중순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법정 공방을 거쳐 이번 산불이 한전의 책임으로 결론 날 경우 막대한 적자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압전선이 강풍에 끊기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당시 이 전선의 관리 주체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1월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확정된 배상금만 105억 달러, 우리 돈 1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집단소송이 줄을 잇게 될 경우 배상금은 30조원을 웃돌 것이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막대한 배상책임을 적용하는 미국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겠지만, 이번 산불이 끼친 피해가 큰 만큼 상당한 규모의 배상금이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등 5개 시·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또, 임야 1757ha가 소실됐으며 사유·공공시설 3398곳이 피해를 입었다. 총 539가구 116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한전은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다양한 예견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선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잠정실적이 공개된 후 향후 실적개선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성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불과 관련해선 “현재 국과수 및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명확한 결론이 내려진 뒤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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