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과점 정당정치의 개혁이 핵심이다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1 18:00
  • 호수 15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10일 우리 국회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을 기념했다. 1919년 4월10일 출범한 임시의정원은 오늘의 국회와 같은 대의기구로서 우리 임시정부의 최초 조직이었다. 정당 지도부 인사들이 나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회의 100년 역사라고 자축했다. 그런데 2주 후인 4월24일에는 ‘이게 대한민국 국회냐’고 국회의장과 제1야당 의원들이 맞고함을 치고 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소속 으원들이 4월24일 국회 의장실에서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항의하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소속 으원들이 4월24일 국회 의장실에서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항의하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우리가 늘 국회를 비판하지만, 다음 선거 또한 이 국회를 주도하는 이들 정당끼리의 경쟁이 된다.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속 처리 안건의 핵심인 연동형비례대표제도가 어느 정도 실현된다면 독과점 체제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종 입법 여부에는 긴 과정과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사표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연동형 제도의 우선적 의미를 두기도 한다. 선거에서 사표를 줄이고 국민의 선택을 가급적 그대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사표 문제로 보자면 현행 대통령선거에서 나오는 사표는 더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도 41%의 지지로 대통령이 돼 전권을 행사한다. 당선시키지 못한 유권자의 선택이 59%로 오히려 더 많다. 연동형에서도 정당투표는 비례로 반영되지만, 지역구 투표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투표는 그대로 사표로 남는다. 경우에 따라 연동형보다 결선투표제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선거제 개편의 취지가 결국 정치 개혁에 있다면, 정치 개혁의 초점은 결국 독과점 정당정치 개혁에 있다고 본다. 연동형을 도입한다면 소수정당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성 거대정당의 독과점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수 정당을 위축시키는 더 큰 요소는 여전히 있다. 우리의 정치는 정당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 중심이기 때문이다. 정치 과정이 대통령이 소속된 큰 정당 중심으로 쏠리게 돼 있다. 이 점에서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을 선거제의 개편과 함께 해야 한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기성 거대정당에 주는 대표적인 특권 하나만 지적하자면 공직선거법 제150조에 규정된 큰 정당 우선의 기호 순번제다. 큰 정당 후보가 돼 기호 1, 2번만 받으면 당선되도록 하는 제도다. 거대 양당 독과점 체제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제도적 환경이다. 불공정한 위헌적 요소다.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경제민주화의 해결과제로 말하면서 막상 자신들의 정당 독과점은 눈을 감은 채 온존시키고 있다. 알다시피 독과점 체제는 정당끼리의 공정 경쟁을 가로막고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에도 역행한다. 

독과점이 보장되기 때문에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악재 경쟁’을 해도 서로 공생하며 살아남는다. 반사이익의 공생정치다. 요즘 우리 정당정치의 모습이 그렇다. 반사이익의 정당정치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국민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경쟁적 민주주의가 강화돼야 한다. 거대정당 독과점 체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동형 제도의 도입 못지않게 공직선거법 제150조의 개혁을 전파하고 싶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