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과 함께 사라진 김해 외동지역주택조합장
  • 경남 김해 = 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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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50명 3000만 원 계약금 납부, 조합장 사라져 사업 차질 불가피

경남 김해시 외동지역주택조합(가칭)에서 조합장을 맡고 있던 배아무개씨가 45억여 원으로 추정되는 조합 자금과 함께 행방을 감춰 조합원들이 사업 차질을 넘어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무자격 조합장과 사라진 45억여 원, 조합원들 자금 집행 과정 전혀 몰라

573세대 규모의 외동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7년 11월 150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서희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며 창립총회를 열었지만 토지확보 등 지주택 사업에 필요한 요건 미달로 조합 설립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인데, 이들은 "1~3회차까지 납부한 3000만 원, 즉 총 45억여 원에 달하는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내동에 위치한 외동지역주택조합 홍보관으로 조합원들이 임시 조합을 비롯한 집행부를 다시 꾸리기 위함과 대책마련 등을 하기 위해 모여 있다. 외동 지주택 배아무개 조합장은 45억원으로 추정되는 조합돈과 함께 잠적된 상태다. ⓒ시사저널
외동지역주택조합 홍보관에서 대책마련에 나선 조합원들. ⓒ시사저널

조합원들에 따르면, 배 조합장은 지난 1월 이후로 모습도,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이 실태 파악에 나섰고 그가 조합원이 아님을 알게 됐다. 지주택법상 법적으로 조합원만이 조합장을 맡을 수 있다.

이사나 감사, 고문 등 집행부도 동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사와 감사로 등록된 손아무개 씨와 임아무개씨 역시 조합원이 아닌 것으로 조합 명부에서 확인됐다. 

또한 서희건설 명함을 돌리면서 자신이 업무대행을 맡고 있다고 소개한 서아무개 이사는 조합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으로 서희건설과는 무관한 인물로 드러났다. 

조합원 A씨는 “창립총회 당시 배씨가 자신을 추진위원장으로 소개한 기억은 있지만 언제부터 조합장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조합장은 총회를 거쳐 투표로 결정되는데 아무도 투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 문제와 함께 △조합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던 홍보관 임대료의 장기 연체 △홍보비와 홍보관 인테리어 비용 과다 지출 △허위 토지매매계약 체결 등 조합의 공금이 정상적으로 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보관 인테리어 비용으로 7억여 원이 결제가 된 내역이 발견됐는데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2억 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싶지만 거래 내역 등 중요 서류가 배씨와 함께 사라져 애만 태우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관련해,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외동 지주택 사건을 알고 있지만 소문만으로는 내사나 인지수사가 불가능하다. 경찰에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고소장 등이 접수돼야 한다”면서 "일단 주시중"이라고 밝혔다. 

외동 지역주택조합원들 100여 명은 지난 4월 27일 철거 중인 홍보관에 모여 임시 조합장과 집행부를 다시 꾸렸다. 이 자리에서 조합원들은 배 조합장과 집행부의 권한 박탈, 민ㆍ형사 고소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탁사는 자금 집행 중지 결정, 김해시는 침묵

하지만 배 조합장이 조합의 주요 의결 정족수까지 3분의 2 찬성으로 상향시킨 뒤 조합 직인까지 가져가 버려 공식 총회 개최는 물론 법적으로 배씨의 자격을 박탈하기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현재 신탁사에서 배 조합장에게 계속 돈을 지급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신탁사는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B신탁사 관계자는 4월 30일 “조합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씨에게 돈을 지급한다면 신탁사 역시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으므로 추가 지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조합 자금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김해에서는 최근 율하지구 이엘지역주택조합 관련자가 구속됐으며 삼계동에서도 조합비리를 수사하라는 집회가 열렸다. 여기에 외동에서 조합장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지자체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김해시는 "외동 지역주택조합 등에서 민원이 접수되긴 했지만 정식으로 인ㆍ허가된 지주택이 아니어서 시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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