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는데…” 층간소음 줄었다던 건설사의 배신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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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 아파트 96%에서 실제 성능등급보다 소음 커…60%는 사전인정제도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쳐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사전인정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기준 미달 저품질 자재를 사용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다. 입주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층간소음에 노출됐다.

감사원은 공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를 5월2일 발표했다.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총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에서 사전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층간 소음이 더 컸다. 민간아파트 65가구는 전부 실측등급이 하락했다.

이 중 114가구(60%)는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쳤다. 공공아파트 126가구 중 67가구(53%), 민간아파트 65가구 중 47가구(72%) 등이 최소성능기준에 미달해 층간 소음에 노출됐다.

감사원은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허술하게 운영된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를 꼽았다. 2004년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04년부터 아파트 등 층간 바닥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인정기관(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사전에 성능을 시험해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인정기관은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업체는 완충재에 대한 시료를 조작해 품질시험 성적서가 제출됐는데도 인정기관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성능인정서를 발급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기준을 LH 스스로 인정해주는 ‘셀프 인증’ 형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공 과정에서도 부실 사례가 적발됐다. LH·SH 공사가 시공하는 현장의 88%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저품질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LH 소속 현장소장과 공사감독관이 퇴직한 LH 직원의 부탁을 받고 용역업체로 하여금 기준 미달의 바닥구조 제품을 사용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는 13개 민간 공인 측정기관이 발급한 ‘성능측정 성적서’의 86% 이상이 측정방법이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문책 1건, 주의 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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