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을 때 믿을 사람은 ‘배우자’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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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경제 지원, 딸은 정서 지원

시쳇말로 아프면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암 환자는 가족 중에 배우자에게 가장 의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 투병에 필요한 의사 결정부터 신체활동, 경제적, 정서적 지원은 물론 병원 방문, 식사 준비까지 배우자에게 맡기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동 연구팀(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기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 박종혁 충북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안숙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은 전국 11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암 환자 439명을 대상으로 가족 구성에 따른 간병 역할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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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신체활동, 정서, 경제, 의사결정, 병원방문, 식사 등 6가지 항목에 가족 중 누가 주로 담당하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가족 구성원 가운데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았다. 

암 환자가 신체활동을 할 때 10번 중 7번(71.2%)은 가족 구성원 가운데 배우자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정서 지원은 68.6%, 의사결정 지원은 41.7%, 병원 방문 지원은 49.1%, 식사 지원은 64.6%로 집계됐다. 

아들과 딸의 역할은 항목에 따라 달랐다. 딸은 아들보다 정서적인 지원(13.9% vs 9.3%)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은 딸보다 경제 지원(30.7% vs 9.5%)과 의사결정 지원(24.6% vs 10.2%)에서 두드러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환자 성별에 따라 배우자에 대한 의존 정도가 갈린다는 점이다. 환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자를 가장 의지한다는 점은 같지만, 남성 환자가 배우자에게 기대는 정도가 더욱 컸다.

신체활동 항목에서 남성 환자는 배우자에게 86.1%를 맡기지만, 여성 환자는 이 비율이 38.1%에 그쳤다. 여성 환자는 딸(19.6%)이나 아들(15.8%), 며느리(12.7%)에게 부탁하거나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12%)도 많았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의존 정도가 다른 만큼, 이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간병 부담도 가족 구성에 따라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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