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태생적 한계 털고 ‘똘똘한 한 채’로 뜰까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16 15: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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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발표에도 기대와 우려 여전…광역교통망 확충과 자족 기능 실현이 관건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3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정부의 계획이 일단 완성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 등 3개 지역을 1·2차 택지지구로 선정하면서 19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다. 올해 5월7일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등 2개 지역을 비롯, 26곳의 국소적 택지지구 개발을 통해 총 11만 세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퍼즐 맞추기를 마친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일단 5월7일 발표된 추가 3기 신도시를 두고 “예상 밖”이라고 평가한다. 일단 시기의 문제다. 당초 6월 3기 신도시 추가 지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교통부는 공지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안정화됐던 거래시장이 다시 꿈틀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급 확대를 통한 사전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5월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 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5월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 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기습 발표·예상 밖 지역 선정에 ‘술렁’

발표된 지역 또한 의외다. 고양 창릉지구는 지난해 한 국회의원을 통해 신도시 예상지역 개발 도면이 유출되면서 잠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시장에서 흔히 거론되는 곳은 아니었다. 부천 대장지구의 경우 시장 관계자들로부터 아예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도시가 3기 신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서울 도심권 30분 도달 가능이라는 ‘접근성’에 정부가 방점을 찍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리적 거리도 가까운데, 정부는 여기에 광역교통 대책도 더할 예정이다. 고양 창릉지구의 경우 서울지하철 6호선(서부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까지 지하철(가칭 고양선)을 신설해 서울 접근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14.5㎞ 길이로 향동지구, 화정지구, 대곡역 등 7개 역을 지나게 된다. 창릉지구 남쪽에 있는 경의중앙선 화전역과 신설 지하철역은 BRT(간선급행버스)로 연결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창릉지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25분, 강남은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부천 대장지구에는 김포공항역과 부천 종합운동장역을 잇는 슈퍼 BRT를 설치할 계획이다. 

기습 발표에 예상 밖 지역이지만 입지만큼은 우수해 서울 수요 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에서도 고분양가와 대출규제 등으로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지만 입지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공공택지나 신도시는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수도권 지역은 정부의 주택공급 직접 확대시책 영향권이어서 공급을 확대하면 건설사가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서울 주택시장 안정화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재료가 우수하다고 결과물이 좋을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입주 4~5년 차를 맞는 2기 신도시 역시 조성 계획 당시에는 장밋빛 미래가 예고됐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교통편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딴섬’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 추가 발표와 함께 수도권 교통망 구축 확대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시행 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여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족 기능 실현 여부도 중요하다. 국토부는 고양 창릉지구에 판교 테크노밸리의 2.7배 규모인 135만㎡ 부지에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센터 등을 만들어 기업 유치 및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순히 택지지구 안에 대규모 도시지원시설 용지를 확보한다고 해서 판교 신도시처럼 자족 기능이 안착하고 자발적인 기업 육성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도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세금 및 임대료 인하 등 당근책 외에 기업을 위한 다양한 행정지원과 문화·교육·업무 집적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도시가 서울 집값 안정화 및 서울 수요 분산에 성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자족 기능 및 광역교통망의 인프라 개선 속도”라며 “서울 등 인근 도시로의 접근성이 완비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서울 수요 분산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 우려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모두 주변에 기존 택지 개발로 인한 입주 적체와 미분양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개발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는 지역사회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원도심 인구 빨대효과다. 이 같은 이유로 신도시 개발은 인근 지역 주민으로부터 님비현상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정부, 소외될 2기 신도시 달랠 묘수 찾을까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잡음이 새어 나온다.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서울과 운정 사이에 위치한 고양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면 경기북부 1·2기 신도시(일산·운정) 주민이 하우스푸어 최대 피해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양 창릉이 3기 추가 신도시로 발표된 날 일산 주민들은 일산신도시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00여 명이 동의하며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2기 신도시나 3기 신도시 인근의 구도심 활성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청약자들뿐 아니라 해당 신도시에서 분양 사업을 앞둔 건설사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서울의 인구 분산 효과를 위해 2기 신도시 등 일부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선 각종 주택 규제 등을 완화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기 신도시로 시선이 분산돼 피해를 입을 기존 신도시 등에 대해선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 등 수요층의 대출 규제를 풀고, 청약요건을 완화하는 등 청약 유인을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은 “기존 택지개발로 인한 입주적체와 미분양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는 지역사회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연한 공급시기 조율과 기존 택지지구와의 연계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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