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남북과 북·미 관계의 변수 ‘이스칸데르’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7 15: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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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 단계 더 진화한 미사일 개발…南 사드, 남쪽에 위치해 있어 요격 힘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2017년 11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호’를 발사한 지 1년5개월 만이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번 발사는 미사일이냐 발사체냐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 것은 물론, 북한의 정상적인 군사활동인지의 논란까지 진풍경을 낳았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러시아가 실전배치 중인 ‘이스칸데르-M’과 외양상 거의 완벽하게 같다. 특히 5월4일 발사를 보면 탄환과 같은 모양의 날렵한 미사일과 8륜구동의 발사차량은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그대로 수입해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다. 결국 구(舊)소련제 스커드미사일을 본떠 북한 최초의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듯,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최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란 구형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러시아의 전술탄도미사일이다. 원래 소련은 1950년대 말부터 배치했던 스커드를 교체하기 위해 1980년부터 SS-23 스파이더 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했었다. 그러나 1987년 미·소 간 INF(중거리 핵전력) 협정으로 스파이더를 폐기하는 상황이 되자 스커드·스파이더를 대체하기 위해 곧바로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이스칸데르다. 

5월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이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5월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이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北, 이스칸데르로 南 미사일방어체계 돌파 

러시아는 약 15년간 개발 끝에 2006년 이스칸데르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스칸데르는 스커드를 대체함은 물론, 기존의 탄도미사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사일방어(MD)체계로부터 요격당하지 않기 위해 개발됐다. 그 결과 이스칸데르는 일반적인 포물선이 아니라 중간마다 비행 각도를 바꿔 변칙적인 탄도비행을 하며 MD의 예측범위를 벗어나고, 특히 최고 정점고도가 50km 미만이어서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 더욱이 이스칸데르는 MD가 요격하기 어려운 마하 6~7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외양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비행 특성 면에서도 이스칸데르와 유사하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정보는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고도 45~50km에 사거리가 270km에서 420km까지 나왔다는 것은 이스칸데르의 비행 특성과 일치한다. 결국 북한은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나름의 기술력을 통해 자국산으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는 대내적 메시지는 물론 대남·대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메시지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군사적 함의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해 2월8일 조선인민군 건군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였다. 북한이 열병식에 들고나오는 무기는 최소한 시험평가를 거치고 머지않아 최종 성능검증이나 실전배치를 할 예정일 때였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평창올림픽이 시작되고,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되며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시험할 수 없었다. 그러자 북한은 9월9일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아예 이 미사일을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 

하지만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김정은의 4월말 러시아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나자 5월4일 신형 미사일을 쐈다. 이날 발사에서는 열병식에 동원된 엉성한 상용트럭 대신 러시아제와 동일한 군용 사양의 트럭을 사용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한 5월9일에는 트럭이 아니라 궤도차량을 발사대로 사용했다. 특히 9일 발사에서는 최대 사거리로 추정되는 420km까지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이스칸데르의 발사와 동시에 240mm·300mm 방사포와 152mm 신형 자주포를 사격하면서 이를 화력 타격훈련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신형 미사일의 성능을 최고사령관 앞에서 검증받는 최종평가라고 할 수 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러시아가 개발한 차세대 탄도미사일

북한이 1980년대에 생산한 구형 미사일로 한반도 전역을 타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미사일방어체계를 추구하면서 스커드에 대한 요격능력을 완성해 나가고 있어 더 이상 군사적 위협능력이 떨어져만 가고 있다. 즉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 대한민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절실했다. 그리고 이번 2차례의 발사를 통해 그러한 갈증을 해소할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성능을 검증한 것이다. 

이스칸데르는 미국의 MD체계를 격파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차세대 탄도미사일이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 등 유럽에 가까운 곳에 이스칸데르를 배치하자, 당장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미사일방어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MD의 하층방어에 해당하는 패트리어트 PAC3(요격고도 20여 km)로 막기는 어렵고, MD의 중층방어인 사드(THAAD·요격고도 40~150km)로는 이론상 막을 수는 있지만 배치하는 위치가 관건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중거리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돼 있는데, 너무 남쪽이어서 이스칸데르는 요격 사정권 밖이다. PAC3를 도입하고 PAC3와 유사한 국산 미사일방어체계인 ‘천궁-PIP’를 개발했지만 이스칸데르를 막을 수 없다. 요격고도를 약 40km까지 높인 개량형인 PAC3 ‘MSE’도 개발됐지만, 이스칸데르를 요격하기에는 다소 속도가 부족하다. 결국 고도 40~50km를 요격할 새로운 요격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군이 개발 중인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작년에 요격시험에 실패한 이후 좀처럼 개발 일정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책은 현 정부에서 공격과 방어로 간략화하면서 ‘전략적 타격체계’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전환됐다. 이스칸데르가 등장함으로써 방어에 해당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긴급한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전략적 타격체계’로 공격능력에 바탕을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군사적 긴장완화에 어긋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군의 공격전력 중 핵심에 해당하는 ‘현무2’ 미사일도 실은 이스칸데르를 참조해 우리 군이 개발한 것이다. 결국 남북이 모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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