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대한민국의 ‘마약 현주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0 08:00
  • 호수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마약사범 중 중형 선고 비율 0.0004%…20대 마약사범 57%

뉴스에서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투약자들은 길거리 깡패나 후미진 골목을 누비는 범죄집단이 아니다. 재벌가 자제부터 국제변호사, 연예인, 간호사, 대기업 사원, 그리고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마약은 우리 사회 곳곳을 잠식해 가고 있다. 과연 우리 일상에 스민 마약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마약 유통 실태를 보기 쉽게 숫자로 정리했다.

1999 마약사범이 1만명 넘은 해

우리나라에 마약 ‘경고등’이 켜진 것은 최근이 아니다. 10년 전인 1999년, 국내 전체 마약류사범(대마·마약·항정신성의약품)이 처음으로 1만 명 선을 넘으면서 국내 마약 확산의 심각성이 대두된다. 이후 국내 마약사범 수는 2002년까지 4년 연속 1만 명을 상회했다. 그러자 검경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수사 당국이 강력한 단속을 시행하면서 밀수 등 공급조직 10개 파 224명(구속 162명)을 적발했다. 그러자 마약사범은 2006년까지 7000명 수준으로 내리막을 걷다가, 2010년부터 2014년도까지 1만 명 아래로 억제됐다. 그러나 이미 ‘돈 맛’을 본 마약 공급상들은 국내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1만4214명, 2017년 1만4123명으로 다시금 늘어나더니 지난해 역시 1만2613명으로 1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44 2019년 마약 수사 예산

마약 시장이 팽창하면서 정부와 수사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도대체 ‘왜’ 수사를 확대·강화하지 못 하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일선에서 단속을 진행하는 수사관들은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한다. 예산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예산 및 기금운용사업설명 자료에 따르면, 마약 수사 예산은 2019년 44억7400만원으로 책정됐다. 2017년 49억3900만원, 2018년 47억6000만원과 비교해 2년 연속 예산이 줄었다. 마약 수사 예산은 마약 시장의 실태를 분석하고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쓰인다. 마약 판매상들의 ‘영업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시장의 규모 역시 과거보다 확대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잡아낼 예산은 줄어들다 보니 검찰과 경찰 마약수사관들 사이에선 ‘국회부터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월29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말레이시아 현지 마약 조직원들로부터 압수한 시가 44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9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말레이시아 현지 마약 조직원들로부터 압수한 시가 44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0.0004 마약사범 중 중형 선고 비율

국내에서 마약사범의 처벌 수위를 두고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마약 중독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 위주의 단속에서 ‘치료·재활’ 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마약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7년 마약류 범죄로 기소된 사범 4681명의 형 선고 내역 가운데 40.1%(1876명)는 집행유예였다. 벌금을 선고받은 경우는 3.6%(169명)였다. 반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0004%(2명)에 그쳤다.

ⓒ 시사저널 임준선

57 20대 마약사범 비율

최신 메신저 활용이 많아지면서 모바일 사용능력이 높은 20~30대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현상도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마약류 사범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20~29세 마약사범은 2014년 1174명에서 2016년 1842명으로 약 57% 급증했다. 30~39세 마약사범도 같은 기간 2640명에서 3526명으로 약 34% 늘었으며, 40~49세 역시 3542명에서 4496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50~59세(1768→2659명)도 약 50% 큰 폭으로 증가했다. 

41 친구·선후배 통해 마약 투약하는 비율

과연 마약은 ‘누구’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일까. 마약을 함께 하는 공범자의 대부분은 친한 친구나 선후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검거된 신종 마약류 투약자들의 공범자들을 분석한 결과, 약 41%가 친한 친구나 선후배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동료나 업무로 아는 사이는 약 23%였으며,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등 애인의 비율도 약 19%로 높았다. 당일 처음 만난 초면인 이들과 마약을 한 경우도 약 11%에 이르렀다. 

 

※ ‘30년 마약 중독자의 고백’ 연관기사

“재벌가 자제들이 마약상들 옥살이 도와준다”

중독에서 재활까지 자신과 사투 벌이는 마약환자 24시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