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석이 밝히는 비화 “경부고속도로 모델은 강변북로였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1 08:41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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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석 전 서울 부시장, 공무원에서 경영자 거쳐 서울신문 사장 마친 뒤 은퇴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 박관용 전 국회의장 ⑰ 송기인 신부 ⑱ 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1960년대 돌격 정신으로 서울시 개발을 주도하던 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은 1970년 4월8일 서울 마포 와우아파트 붕괴의 책임을 지고 김현옥 시장이 물러나면서 강단으로 돌아갔다. 그랬던 차 전 부시장은 1971년 교통부와 미국 아메리칸에어라인이 함께 지은 조선호텔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청와대가 차 전 부시장을 조선호텔 사장으로 낙점한 것은 평소 그의 소신인 ‘문화강국’이라는 어젠다를 현실에서 펼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9년에는 건설회사(신동아건설)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재임기간 동안 훗날 아시아 최고(最高) 빌딩으로 기록된 여의도 63빌딩을 기획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언론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5년 국민일보 사장에 취임하면서다. 경영실적을 인정받으면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인 1998년엔 서울신문 사장에 올랐다. 차 전 부시장은 재임 기간 서울신문의 사명을 ‘대한매일’로 바꿨다.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를 막기 위해 노조와 공동으로 ‘편집권 독립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만든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당시 대한매일은 정부 지분이 많아 외부 입김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5월22일 청와대에서 교정대상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박상권 KBS 사장, 박상천 법무부 장관, 차일석 서울신문 사장(앞줄 왼쪽부터) 등과 함께 오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5월22일 청와대에서 교정대상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박상권 KBS 사장, 박상천 법무부 장관, 차일석 서울신문 사장(앞줄 왼쪽부터) 등과 함께 오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일석 전 부시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화 한 가지를 밝혔다. 박정희 정권 최대 업적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경부고속도로 탄생과 관련된 비화였다.

제1한강교에서 여의도까지 강변도로가 지어진 1967년 9월23일. 이날 개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개통식에서 차일석 서울시 부시장은 “완공된 강변도로를 통과한 첫 손님이 되셨습니다. 각하께서도 통행료를 내셔야 합니다. 영수증 떼어, 서울시가 기념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서울시장실로 장소를 옮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강변도로 공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임자, 공사비는 얼마나 됐나.”(박 대통령)

“1㎞당 약 1억원이 들었습니다.”(차 부시장)

“그러고 보니, 김(현옥) 시장이 예전 수송장교를 해서 잘 알겠구먼.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지?”(박 대통령)

“약 430㎞가량 될 겁니다.”(김 시장)

“그럼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만들면 430억원이 필요하겠네.”(박 대통령)

1964년 서독 방문 때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구상한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은 그렇게 구체화됐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역사적인 경부고속도로는 첫 삽을 떴고 그로부터 2년5개월 뒤인 1970년 7월7일 완공됐다. 광화문 사거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건립된 것도 차 부시장 재임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차 전 부시장은 “김종필 당시 공화당 의장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서울시가 한 것”이라면서 “당시 조각가인 김세중 서울대 교수에게 제작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차 전 부시장은 “돈 걱정 말고 하되 제대로 만들어 달라 했더니 김 교수가 좋아라 했다”면서 “그때 돈으로 1000만원이 들었는데, 비용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댔다”고 일화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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