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 복병 만난 도쿄올림픽…日, ‘전염병 주의보’ 발령
  • 류애림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08: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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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풍진 환자 1500명 육박…임산부 풍진 걸릴 경우 태아에 치명적

도쿄에 사는 주부 A씨는 오랜만에 ‘모자 건강 수첩’을 꺼내 보았다. 1992년 첫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예방접종, 병원치료 등을 꼼꼼히 기록한 수첩이다. 1996년 태어난 딸에 관한 기록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이번에 수첩을 꺼내 본 이유는 다름 아닌 ‘풍진’ 예방접종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만 감염환자가 1400명을 넘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풍진이 유행이다. A씨는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 항체검사를 하고 예방접종을 할 생각이었지만 두 자녀 모두 2010년 2차 접종까지 끝냈다.

지난 5월12일까지 풍진으로 보고된 환자 수는 1486명. 일본에서는 풍진 환자가 2012년 2386명, 2013년에는 1만4344명 발생할 정도로 유행했었지만 2014년에는 319명, 2015년 163명, 2016년 126명, 2017년 91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2917명이 보고되고 2019년 5월12일 현재까지 1500명에 육박하는 풍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에 풍진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 AP 연합
올해 들어 일본에 풍진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 AP 연합

풍진 걸릴 경우 태아에 치명적

풍진은 루벨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발열과 발진, 눈의 충혈, 가벼운 기침을 동반하고 림프절이 붓는다. 풍진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감염 후에도 해열진통제를 복용해 열을 내리면 자연 치유되는 질환이다. 그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신 초기의 임산부가 풍진에 걸릴 경우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임신 첫 3개월 이내에 풍진에 감염되면 ‘선천성 풍진 증후군(CRS)’의 위험이 높아져 신생아는 백내장·심장질환·청각장애·정신지체 등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풍진이 유행했던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CRS로 태어난 신생아는 45명으로 그중 11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여행 전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을 접종했는지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풍진에 걸린 전력이 없어 항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일본의 경우 풍진 백신은 1977년 8월부터 1995년 3월까지 여자 중학생만 접종비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정기접종의 대상이었다. 1995년 4월부터는 생후 12개월 이상 90개월 미만 남녀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고, 2006년부터는 MR(홍역·풍진 혼합 백신)이 정기접종으로 도입됐다. 정기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연령대에 일정기간에 한해 정기접종을 권장했지만 접종률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기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현재 30~50대 남성의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떨어졌고 풍진 유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에 걸쳐 지금껏 풍진 정기접종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1962년 4월2일에서 1979년 4월1일 사이(현재 40~57세)에 태어난 남성을 대상으로 풍진 항체검사를 시행한 후 정기접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7월까지 이 세대의 항체보유율을 85%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정기접종 대상이었더라도 접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모자 건강 수첩 등 접종 기록을 살펴보거나 항체검사를 통해 면역이 형성되었는지 확인해 볼 것을 후생노동성은 권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한 전염병 대책 회의를 지난 4월24일 처음 열었다.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로 많은 관계자와 관람객이 일본을 방문하는 만큼 국내 발생 전염병과 국외 유입 전염병 방지책을 강구한다. 회의에 앞서 스즈키 이치 올림픽담당상(장관)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전염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심하고 대회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약 1년 앞둔 올해 여름까지 전염병 감시와 정보수집 체제 강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에볼라·메르스 등 ‘전염병 감시망’ 강화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이미 일부 대책은 오래전부터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에볼라 출혈열 등의 병원체 수입이다. 후생노동성은 올여름에라도 에볼라 출혈열, 크림-콩고 출혈열, 라싸열, 말부르그병, 남미 출혈열 등 가장 위험도가 높은 전염병 다섯 종류의 병원체를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도쿄도 무사시무라야마시의 BSL-4(Biosafety level-4·가장 높은 단계의 생물안전도) 밀폐시설에 병원체를 보관할 방침인데, 이는 감염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검사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제껏 에볼라 등의 병원체 소지와 수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올림픽을 앞두고 정확한 진단과 회복 대책 마련을 위해 수입을 결정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지난해 8월 에볼라 출혈열이 발병한 뒤 1300명 이상이 감염됐다. ‘에볼라 대유행’이 있었던 2014년 이후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시설이 위치하는 무사시무라야마시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견학회·공개 훈련 등을 실시해 안전관리책과 수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지자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랴부랴 올림픽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도쿄에 인접한 요코하마항에서는 크루즈 여객선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지난해 11월 실시했다. 훈련이 이뤄진 요코하마 오산바시 국제여객터미널은 10만 톤급 크루즈 여객선 정박이 가능한 곳으로 올림픽 시즌에는 세계 각국의 여객선이 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코하마 검역소, 요코하마시 항만국, 요코하마 해상보안국, 가나가와현 경찰 등이 중심이 돼 약 100명이 참가한 이 훈련에서는 요코하마항에 정박 예정인 여객선에서 메르스 감염 증세를 보이는 다수의 외국인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하고 요코하마 시립 시민병원까지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메르스뿐만 아니라 에볼라나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대응 매뉴얼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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