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개혁, 세월호 때 해경 해체한 꼴” 비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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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자 분량 ‘건의문’ 통해 “정치권 검찰개혁 방향 잘못 짚었다” 비판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가 떠오른다”며 작심 비판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 ⓒ 연합뉴스
송인택 울산지검장 ⓒ 연합뉴스

송 지검장은 5월26일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첨부해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는 1만2000자 분량의 해당 글을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개혁의 원인 진단과 처방이 틀렸다며 9가지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이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많은 검사들은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들이 환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손을 대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자리 보전에 급급해 무엇이 문제인지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님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한다면 비겁한 검사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야 할 짐으로 남을 것이기에 결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부분은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라며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공안‧특수 분야 개혁 방안은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붙는 진짜 이유를 말씀드리겠다”면서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부장‧차장 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대검은 법무부에,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수사상황을 보고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러한 풍토 속에서는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정치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현직 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면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 전 과정에 참견하는 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청와대에 수사정보가 사전 보고되는 현행보고시스템 개편 △부당‧인권침해 수사시 검사 문책 제도 마련 △청와대‧국회‧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검사 파견 못하도록 제도 개선 △공안‧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정치적‧하명 사건 수사 경찰 주도 △검사인사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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