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재 논란과 촛불정부론의 양면성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8 17:15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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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후예와 좌파독재. 여야 모두 서로 독재를 말하니 그대로라면 독재세력의 시대 같다. 물론 양쪽 다 아니라고 한다. ‘독재자의 후예’는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쓰면서 불거졌고, ‘좌파독재’는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정부를 그렇게 규정하며 공격해 온 개념이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당파적 발언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해 독재라니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전두환 군부세력을 독재자로 규정하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독재권력의 폭압에 맞선 5·18을 부정한다면 그 세력은 독재자의 후예라는 말이 별로 틀릴 게 없다. 한국당 전체를 향해 단정하는 말이 아니었다. 일부에 대한 지적이고, 망언 당사자들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말이었다. 한국당에서는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을 옹호하는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며 이념공세로 전환시켜 반격하고 있다. 그러나 독재자 후예 논란에 대해 한국당이 답해야 할 부분은 5·18의 진실과 의미에 대한 태도다. 사실 한국당은 그동안 당의 인적 구성과 주도세력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영삼 등 민주화 세력이 당의 주도세력이 되기도 했다. 오늘의 한국당과 독재자 후예의 관계는 한국당이 선택할 문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월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민생파탄·좌파독재 2년 집중 해부 대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월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민생파탄·좌파독재 2년 집중 해부 대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좌파독재는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문재인 정부를 두고 한국당이 공격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불법과 무도한 탄압의 군부독재정권과는 당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군부독재정권이 아니고 촛불민심으로 태어난 정부라는 반박만으로 독재론이 기각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과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정권뿐 아니라 독선적인 권력도 독재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 합법적인 문민정권을 두고도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비판하며 문민독재라는 용어가 등장한 바 있다. 우리의 최초 문민정부를 자임했던 김영삼 정부를 향해서도 그런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대의민주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민심을 무시하는 정부를 ‘위임독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손호철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개별 정책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독재정부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정부를 독재정부로 부르겠다며 한국당의 좌파독재론을 비판했다. 사실 그의 비판적인 지적은 위임독재와 위임민주주의가 정도의 차이일 뿐 경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개혁으로 보고, 반대로 비판하는 쪽은 독재로 본다. 물론 손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두고 이전의 보수정부가 파괴했던 민주주의를 오히려 복원하고 있는 정부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용어로 촛불민심이 자주 인용된다. 촛불혁명정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혁명정부는 아니다. 촛불 정국의 대선에서 41%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대의제 정부다. 다만 권력의 오남용 구조 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과제로 안고 집권한 정부다. 촛불민심에 대한 강조는 민심의 요구에 충실한 정부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거지만, 자칫 국민 다수의 공감을 넘어서는 혁명적 권리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명분이 된다면 독재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탄핵의 후유증에다 SNS 시대의 환경이 맞물려 우리의 정치가 극단화돼 가고 있다. 극단주의와 배타적 사고는 열린사회의 적이다. 정부를 향해 독재라고까지 규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점점 국민적 공감과 멀어지는 일방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부·여당은 성찰해야 한다. 탄핵 이후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당, 역사 인식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이 미래를 위한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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