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광양시는 ‘험악한 이웃사촌’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2 16: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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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권’ 3개 지자체, 사사건건 충돌…상생커녕 소모적 싸움

전남 동부권의 대표 도시인 여수·순천·광양시는 서로 경계를 마주하는 등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그러나 각종 현안을 놓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편한 이웃이 되고 있다. 이들 광양만권 3개 지자체는 광양 율촌 제1산업단지 경계 다툼을 비롯해 전남도 동부권 통합청사, 인구 유치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반목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율촌 제1산업단지에 입주한 현대제철의 주소는 여수·순천·광양시 등 3곳에 모두 걸쳐 있다. 당연히 관할 지자체도 3곳이다. 삼우중공업 등 9개 회사도 마찬가지로 관할 지자체가 2곳이다. 이는 바다를 메워 조성한 율촌 산업단지의 경계를 놓고 3개 도시가 첨예하게 다투면서 빚어진 결과다. 경계를 조정하려 해도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전남도 등이 수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애꿎은 입주 기업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방 소득세를 내려면 2~3개 지자체에 각각 신고해야 하고, 주민세 납부와 지적 측량도 중복 처리해야 한다. 화재나 사건·사고 땐 소방과 경찰의 관할이 불분명해 초기 대응이 지연될 우려도 크다. 

기업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지난 2011년 3개 시의 부시장들이 조정안을 만들고, 2016년에는 당시 행정자치부가 조정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지자체들의 관할구역 축소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 탓이었다. 행정안전부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6월4일 이들 지자체와 조정협의를 할 예정이지만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라 해법 도출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남 광양시 율촌 제1산업단지는 공식 명칭은 광양이지만 실제 행정구역은 세 지자체에 걸쳐 있다. ⓒ 광양경제청
전남 광양시 율촌 제1산업단지는 공식 명칭은 광양이지만 실제 행정구역은 세 지자체에 걸쳐 있다. ⓒ 광양경제청

동부권 통합청사 유치·인구 빼오기 등 반목

볼썽사나운 ‘인구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광양시 인구는 연말이면 늘었다가 연초에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반기에 반짝 늘었던 인구가 1월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 주된 이유다. 반대로 순천은 하반기에 줄었다가 상반기에 다시 늘고 있다. 광양만권 내부에서 제살 깎아먹기식 피 터지는 인구 늘리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른바 공무원 위장전입 등을 통한 ‘인구 빼오기’ 등 얼굴을 붉히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전남도 동부권 통합청사 유치를 둘러싼 샅바싸움도 치열하다. 광양시와 여수시는 최근 전남도가 도지사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동부권 통합청사’ 건립 공모에 “유치 가능성이 없다”며 신청을 보이콧했다. 광주발전연구원이 마련한 평가기준이 순천시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유치전에 뛰어든 3개 시 가운데 2개 시가 불참함에 따라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들 지자체의 마찰은 도시 발전 전략이 비슷한 데다, ‘상생 발전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반목’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여론이 지배적이다. 광양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 표를 의식한 일부 지자체장의 인기영합주의가 이웃 지자체들과의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며 “지역 수장들이 소지역주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광양만권의 공동 이익을 찾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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