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 광고판에서도 ‘슈퍼손’으로 날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3 08: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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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 100곳에게 물었다
선호하는 광고 모델 1위 손흥민·2위 ‘없음’·3위는 BTS

역시 ‘슈퍼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슈퍼손’의 인기는 시사저널의 ‘기업이 선호하는 광고 모델(3개 복수응답)’ 조사에서도 입증됐다. 5월13~24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우리나라 기업 100곳이 응답했다. 손흥민은 22표로 1위를 차지했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진 손흥민의 스토리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고 있고, 기업들은 그를 통해 브랜드 가치의 확산을 노린다.

‘슈퍼손’을 찾는 곳은 스포츠 관련 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광고 외에도 질레트의 면도기, 태그호이어 시계, SK텔레콤, 하나은행,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빙그레의 슈퍼콘 아이스크림 광고까지, 손흥민은 필드를 누비듯 광고판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기업이 선호하는 광고 모델(3개 복수응답)’ 조사 결과 2위는 “없다”, 3위는 방탄소년단(BTS), 4위는 일반인, 5위는 ‘아이스퀸’ 김연아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광고 모델이 없다는 것과 ‘일반인’이 상위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 유한양행 제공
ⓒ 유한양행 제공

기업의 ‘원픽’,  축구선수 손흥민

자고로 스타의 인기는 광고로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은 광고를 휩쓸었다. 이효리는 휴대폰과 소주, 카드, 화장품 CF를 한 해에 정복했고, 한때 영광의 시간을 맛보았던 빅뱅 역시 교복과 아이스크림, 휴대폰, 의류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산소 같은 여자’라는 광고 카피가 곧 정체성이 된 배우 이영애는 무려 20개가 넘는 제품의 모델로 활동했고, 김연아는 에어컨부터 생수, 화장품, 주얼리 광고까지 정복하면서 ‘광고 여신’ 반열에 올랐다.

스타를 광고에 기용하는 이유는 물론 ‘영향력’ 때문이다. 이제는 ‘손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손흥민 역시 다양한 영역에 얼굴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손흥민을 지목한 이유는 ‘현재 최고의 이슈몰이 스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국민적 우상’ ‘젊은 이미지와 화제성’ ‘성실한 이미지’ 등이었다. 그의 영향력도 이미 입증됐다. 지금 가장 ‘핫’한 광고 중 하나인 손흥민의 빙그레 슈퍼콘 영상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큰 화제를 모으며 빙그레 유튜브 공식 계정 조회 수 200만 회를 돌파했고, 슈퍼콘은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의 선전이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시티를 제압하고 4강에 오르자 슈퍼콘의 판매량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6월2일, 손흥민은 박지성 이후 어떤 한국 선수도 밟지 못했던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풀타임을 뛰며 '손세이셔널'을 증명했다.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손흥민은 슈팅 3개를 모두 골문으로 보내며 토트넘 공격수 중 최고 평점을 받았다. 지금 주목받는 최고의 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의 기대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일반인 모델이 4위… ‘노 모델’ 선호 기업도 다수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2위(19표) 역시 또 한 명의 스타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아니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모델 2위는 없었다. 다수의 기업이 광고 모델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모델을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은 제품 자체나 상품의 특성에 주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광고를 제작한다.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굳이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오히려 모델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상품 자체에 비용을 투입해 품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노 모델’ 전략을 취하는 회사는 교촌에프앤비다. 업계 1위 브랜드인 교촌에프앤비는 배우 이민호를 모델로 기용해 2년 동안 브랜드를 알려왔지만, 이후부터는 모델 없이 치킨에 중점을 둔 광고를 펼치고 있다. 새로 출시된 치킨 제품을 의인화, 희화화해 애니메이션처럼 만들기도 하고, 실제 치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광고를 노출하기도 한다. 빅 모델을 유지하기보다 치킨 자체를 보여주면서 소비자를 공략한다.

보험사의 경우에도 모델을 선호하지 않고 상품의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강조한 영상 광고 4편을 공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다림질 광고’였다. 다림질을 하다 말고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며 정신이 팔린 듯한 화면으로 광고가 시작되고,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수익률을 알게 된 순간, 부러움에 속이 새까맣게 탈 수 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다리미에 눌어버린 천이 화면에 잡힌다. 시각적 매체 효과와 내레이션과의 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유명 모델의 노출 없이도 광고에 집중하게끔 만든 것이다.

일반인 모델을 선호한다는 응답(4위·16표)도 많았다. 업계가 일반인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는 것에 비해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스타의 일상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는 일반인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광고에 녹여냄으로써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건설업계도 광고 모델을 기용하던 트렌드가 변했다. 1990년대 ‘브랜드 아파트’의 중흥기가 시작되면서, 건설업계는 김희선과 김현주, 김남주, 김태희 등 당시 최고의 스타들을 경쟁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 산업이 침체되면서 광고시장도 침체되고, 브랜드 아파트의 인지도가 이미 생성된 상황에서 스타들을 활용한 광고는 힘을 잃었다.

또 ‘유명 스타들은 실제로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인되자, 업계는 실제 그 아파트에 살 법한 일반인 모델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파트 광고는  ‘아이’ ‘가족’ ‘생활’에 중점을 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모델을 활용하는 브랜드 광고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기업,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광고가 대세가 됐다”며 “특히 인지도가 어느 정도 높아진 기업의 경우 모델 비용을 줄여 품질에 집중하겠다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SNS 등을 통한 마케팅도 활발해지면서 일반인 모델을 선발식으로 뽑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모델 선발과 선정 과정을 통해 기업과 제품이 홍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패션업계는 일반인 모델을 활발하게 기용하고 있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은 1020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델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세정이 운영하는 세정웰메이드 역시 일반인 모델을 기용해 그들의 일과 철학, 일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마케팅을 벌였다.

모델을 선호하지 않거나 일반인 모델을 선호하는 데는 기업의 이미지가 스타의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우려도 작용하지만, ‘스타 리스크’도 하나의 큰 원인이다. 광고 모델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하루아침에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동시에 매출이 떨어지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모델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과거 인기 배우였던 황수정은 아파트와 화장품 등 수십 개의 광고 모델을 하던 중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모든 광고에서 퇴출됐다. 중견 배우 이재룡을 모델로 기용했던 보험사는 그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이후 해당 광고를 모두 중단해야 했다. 데뷔 25년 이래 첫 전성기를 맞이해 무려 20여 개의 광고 모델로 기용됐던 김생민 역시 성추행 논란으로 광고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바 있다. 최근 래퍼 마이크로닷이 가족의 대규모 대출 사기 혐의로 논란이 된 이후, 마이크로닷과 광고 계약을 맺었던 한국 피자헛의 대응이 주목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후 공개된 피자헛의 신제품 광고 영상은 모두 콘티 영상으로 재편집됐다.

트렌드 변화에도 BTS·김연아 상위권

단순히 기업이 모델에 의존해 광고를 하던 시대가 지나간 것은 분명하다. ‘광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업 100곳 중 44곳이  ‘광고 상품의 홍보 문구’를 1순위로 꼽았다. 모델의 이미지를 선택한 기업은 32곳이었다. 광고 상품을 홍보하는 영상미(22곳), 상품의 콘셉트와 이미지의 효과적인 전달(1곳), 크리에이티브 스토리(1곳)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도 손흥민이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손흥민의 엄청난 ‘스타성’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위를 차지한 BTS(17표), 5위를 차지한 김연아(15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그룹 BTS는 이제 ‘K팝 스타’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가 한 해 4조원에 이를 정도로, 그야말로 거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KB국민은행 등 대형 광고주들이 BTS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이들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다. 특히 국민은행은 ‘BTS 마케팅’으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출시한 ‘KB X BTS적금’은 출시 6개월 만에 27만 계좌가 판매됐다. 2017년 BTS를 전속모델로 기용한 화장품 브랜드 ‘VT코스메틱’ 역시 제품 판매 호조를 누리고 있다.

김연아 역시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꾸밈 없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 기부와 국제 구호활동에 힘쓰는 ‘기부천사’ 이미지는 여전히 주효하다. 기업들은 ‘노력과 성실함의 아이콘’ ‘국민적 스포츠 스타’ ‘고급스럽고 청순한 이미지’ ‘건강한 이미지’ 등을 이유로 김연아를 지목했다. 

실제로 소비가 위축된 불경기에도 김연아가 광고하는 제품의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김연아는 한번 모델로 선정되면 계약을 쭉 이어가는 ‘장수모델’로도 유명하다. KB금융그룹과는 13년째, 코카콜라의 강원 평창수와 동서식품 맥심과는 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8표로 공동 6위를 차지했고, 전지현과 정해인, 박서준이 6표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이영애와 이병헌이 5표로 공동 11위였고, 정우성과 김수현, 안성기, 야구선수 류현진, 개그우먼 박나래가 4표로 공동 13위였다. 박항서 감독, 요리연구가 백종원, 유재석, 아이돌그룹 트와이스, 배우 진선규가 각 3표를 얻어 공동 18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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