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얼룩진 남양주 도로변…市 “관리소관 아니다” 회피
  • 서상준 경기취재본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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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흉물 구간만 2㎞달해…"남양주, 십수년 방치"
다산 정약용선생 유적지까지 낙서 '눈살'
이성 구애 낙서 대부분…10m넘는 것도 여러 곳 발견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이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남양주시는 수년째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6월4일 시사저널 취재결과, 남양주 팔당댐에서 한강을 따라 서울 방면쪽 도로 옹벽이 각종 낙서들로 얼룩진 상태다. 대부분 연인들이 남긴 것으로, 심지어 다산 정약용 선생을 기념하는 성곽과 기념물까지 지저분한 낙서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이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서상준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이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서상준

낙서 구간만 약 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00야 사랑해" "00야! 생일축하해" 등 연인들이 사랑을 과시하는 낙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길이만 10m에 달하는 구애(求愛) 낙서도 여러개 발견됐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사는 박 아무개씨(56)에 따르면 이 구간에 낙서가 생긴지 십년을 훨씬 지났다. 박 씨는 "자전거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낙서가)덜했는데 십년 전부터 대형 낙서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지금은 전 구간이 낙서로 얼룩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주시에 전화로 민원을 넣어봤지만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도 불쾌감을 내비쳤다.

낙서의 정도가 심해 남양주시 '경범죄 처벌'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워놨지만 무색할 정도다. 최근 남양주시가 지저분한 낙서를 가리기 위해 다산정약용 선생 그림을 '그래피티'(길거리 그림) 해놨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옆까지 구애 낙서가 새겨져 있었다.

고속도로 교각과 전봇대도 페인트 등에 범벅이 된 상태였다. 단순 낙서가 아닌 그래피티를 염두한 문구와 그림도 있었지만 선정적인 문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양주시는 '관리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남양주시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낙서를 막을)방법이 없다"면서도, "관리 소관도 우리 (남양주)시가 아니다. 철도부지이기 때문에 철도시설공단으로 알고 있다"고 떠넘겼다.

관리기관이 남양주시라고 확인해주자, 시 측은 뒤늦게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했다. 남양주시 측은 옹벽 청소 예산을 검토하고, 다산유적지 관광 시설의 낙서 행위에 대해서는 실태 점검을 한 뒤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공공 시설물과 남의 건물 벽면 등에 허가없이 낙서를 하면 그 정도에 따라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 받는다. 적발될시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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