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누비며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 3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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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에 취한다”…역사 새로 써 나가는 류현진‧손흥민‧이강인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법한 구호가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을 기점으로 ‘국뽕’ 주의보가 내렸다. ‘국뽕’이란 국가와 필로폰(히로뽕)의 합성어로, 애국심에 도취돼 국가를 찬양하는 행태를 일컫는 신조어다.

U-20 월드컵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오전 3시30분)에 중계됐는데도 시청률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 6월9일 치러진 세네갈전의 경우 순간 시청률 14.9%(TMMS, 전국)까지 치솟아 평소 같은 시간대 대비 5배 가까이 상승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에콰도르전(5월12일) 역시 11.01%(ATAM, 전국)를 기록했다. 6월16일 예정된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은 벌써부터 전국에서 거리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뿐만 아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 역시 외신에서 “전설”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온 국민을 ‘국뽕’에 취하게 한 우리 선수들.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중에서도 대표적인 3인의 면면을 톺아봤다.

왼쪽부터 손흥민, 류현진, 이강인 선수 ⓒ PA Images·AP연합·PPE 연합
왼쪽부터 손흥민, 류현진, 이강인 선수 ⓒ PA Images·AP연합·PPE 연합

 

1. FIFA U-20 사상 첫 결승 진출 이끈 이강인, ‘골든볼’ 넘본다

에콰도르전에서 이강인
에콰도르전에서 이강인 ⓒ PPE 연합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한국 대표팀 모두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등 공신으로 손꼽히는 건 이강인(18‧발렌시아) 선수다. 정확한 킥과 패스로 결승골을 이끌어 내는 이강인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노리고 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6경기에 출전해 1골과 4도움을 올리며 공격포인트 5개를 기록했다. 특히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이강인이 에콰도르전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문전으로 ‘송곳 패스’를 찔러주는 장면은 이 경기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때문에 외신에서도 “이강인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01년생인 이강인은 대표팀의 막내이지만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고 있어 ‘막내형’으로 불린다. 이강인은 만 6세 꼬마 시절인 2007년 KBS 스포츠 ‘날아라 슛돌이’ 3기 멤버로 일찍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때부터 빠른 스피드를 보여 ‘축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만 18세인 이강인은 지난 1월 스페인의 명문인 발렌시아와 ‘성인’ 계약을 체결했다. 아무리 유스 단계에서 에이스라고 해도 빅리그에서 성인 계약을 맺는 건 힘든 일이다. 과거 바르셀로나 유스 소속으로 이름을 날린 백승호(지로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장결희(포항 스틸러스)도 결국 성인 계약엔 실패하고 팀을 떠났다. 이강인은 지난 3월 다국적 축구 전문매체인 ‘골닷컴’이 선정한 세계 축구 유망주 순위에서 28위를 기록했다.

 

2. 메이저리그도 ‘전설’이라 극찬하는 ‘괴물투수’ 류현진

류현진(32·LA 다저스)이 5월13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승을 올렸다. 사진은 5월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류현진(32·LA 다저스)이 5월13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승을 올렸다. 사진은 5월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축구에 ‘신예’ 이강인이 있다면, 야구에는 ‘전설’ 류현진(32‧LA다저스)이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그해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까지 노리고 있다. 현재 류현진은 사이영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ESPN 순위에서 93.3점을 받아 내셔널리그 투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에 앞서 류현진은 MLB 사무국이 매월 선정하는 ‘5월의 투수’로 꼽혔다. 박찬호에 이어 한국인 투수로는 두 번째 수상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13경기에서 9승1패 평균자책점 1.36을 기록 중이다. 매 경기 2실점 이하의 피칭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류현진은 올해 한 경기에서 2개 이상의 볼넷을 내준 적이 없다.

놀라운 기록 덕분에 류현진의 가치는 폭등하고 있다. ESPN이 선정하는 선수 랭킹에서 류현진은 지난주 92위에서 76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시즌 전에는 전체 랭킹 3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때문에 외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류현진을 기술자에 비유하면 거장이다”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류현진을 당해낼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고졸 신인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류현진은 데뷔전 승리투수로 프로 생활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역대 신인 데뷔전 최다 탈삼진 신기록(10개)도 류현진의 몫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류현진이 마냥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2015년 왼쪽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이후 2년 동안 시즌을 접었고, 2017년 복귀 후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한 때 ‘한 물 간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재기에 완벽히 성공했다.

 

3. 월드 클래스 넘어 월드 베스트 등극한 ‘슈퍼쏘니’ 손흥민

2018년 12월26일(현지 시각) 토트넘 손흥민이 본머스와의 2018~19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팀의 다섯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
2018년 12월26일(현지 시각) 토트넘 손흥민이 본머스와의 2018~19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팀의 다섯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

한국 축구는 ‘손흥민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27‧토트넘)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의 반열에 올랐다. 아시아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고 월드 클래스로 확실히 인정받는 수준에 진입한 것.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 챔피언스리그 4골 등 총 20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은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아쉽게도 우승은 경쟁팀 리버풀에 막혔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대표 선수로 우뚝 섰다. 프로 통산 100골 고지를 밟은 지도 오래다. 한국인이 유럽 1군 무대에서 100골 이상 기록한 건 차범근과 손흥민 둘 뿐이다.

자연스레 손흥민에 대한 외신의 평점은 높아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상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풋볼’은 지난 6월4일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에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올려났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병역 문제가 해소되자 손흥민의 몸값은 폭등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지긋지긋한 병역 문제를 잠재웠다. 그 결과,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2월5일 발표한 이적 시장 가치에서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는 9840만 유로(1255억원)로 평가됐다. 지난 1월보다 450만 유로(57억원) 증가했고, 1년 전보다는 약 23%, 2년 전보다는 무려 110% 상승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3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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