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공회전’ 광주시교육청, 청사 이전 안하나 못하나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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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확보 난에 포화상태 시교육청 신축 청사 이전 계획 표류
중앙공원에 이전 시교육청 협조 요청에 광주시 ‘난색’
면밀한 검토없이 수차례 추진-무산 반복…‘어설픈 행정’ 논란

광주시교육청의 청사 신축이전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이전할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전남도교육청 부지, 상무소각장 부지, 구 경찰청 부지 등을 놓고 청사 이전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최근 들어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되는 중앙공원으로 청사를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교육청 청사 이전사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11년부터 청사 이전계획 추진, 그때마다 번번이 ‘무산’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에 청사 신축이전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에 청사 신축이전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1988년 개청한 광주 서구 화정동 현 교육청 청사는 협소한 공간과 안전문제 등으로 증축이 어려운 반면, 근무 여건 개선과 교통난, 민원인 불편 해소에 대한 요구는 끊이질 않아 이전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청 후 30년 동안 조직 확대로 현 청사의 포화상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면적이 1만㎡로 경기, 전남, 울산, 전북보다 3배 가량 적은 데다 연건평도 절반 이하다. 반면 개청 당시 142명이었던 근무 인원은 412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로 인해 사무실과 주차 공간이 현저히 부족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이 이전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이후 선수촌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고층아파트와 교육청 주변 교통혼란 가중으로 민원인 불편은 물론 학교지원행정의 역할이 축소된 점도 이전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시교육청은 2011년 초 광주 북구 매곡동 옛 전남도교육청 청사 부지를 활용해 청사 신축을 시도했다. 하지만 광주시가 별도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졸속 추진 논란을 빚으면서 그해 5월 중단됐다.

이후 2012년, 전년도에 백지화됐던 청사 신축이전 사업의 재추진에 나선다. 장휘국 교육감은 그해 11월 광주를 찾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시교육청의 방침을 밝히고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사업기간을 2012년 7월부터 2016년 말까지로 잡고, 건축비 400억원과 설계비 112억원 등 모두 512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사업비는 폐교 등 유휴재산을 매각, 자체재원으로 362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50억원은 교육기술과학부로부터 특별교부금을 받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장밋빛 구상도 얼마 못가 무산됐다. 땅이 없어서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대안 부지를 물색해오던 시교육청의 눈에 쏙 들어 온 곳이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대상지 중 한 곳인 서구 풍암지구 중앙공원 1지구다. 신청사 건립 지역으로 염두에 둔 이곳이 주변 환경과 접근성이 좋고, 인근 민가가 적은데다 시유지라 예산부담이 적어 최적지라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나름 적지를 찾은 시교육청은 다시 추진 의욕을 보였다. 이곳에 2024년까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청사를 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달 광주를 방문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장휘국 교육감은 사업비 880억원 가운데 절반인 440억원을 국비로 지원해달라고 건의도 했다.

 

‘땅도 없이’ 장휘국 교육감, 광주방문 교육부장관에 매번 ‘사업비 달라’ 읍소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청사 신축이전 적지로 꼽고 있는 서구 풍암지구 중앙공원.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청사 신축이전 최적지로 꼽고 있는 서구 풍암지구 중앙공원. ⓒ시사저널 정성환

그러나 역시 ‘땅’이 문제다. 시교육청은 청사 부지 2만5000㎡, 특수학교 부지 1만5000㎡를 확보하려고 중앙공원 1지구 개발 면적 비율을 현행 8.9%에서 10%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협조를 요청했지만 광주시가 난색을 보인 것이다. 행정절차에 필요한 물리적 기간도 이미 빠듯하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적용되는 시점이 내년 7월인 점을 고려하면 교육청 청사 신축을 반영한 계획 수립 등의 일정이 촉박하다.  

무엇보다 해당 지구 사업자가 지방공기업인 광주도시공사에서 민간기업인 (주)한양으로 변경되면서 협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한양 측은 이미 교육청 신청사 부지가 반영되지 않은 사업계획서로 환경영향평가까지 진행한 상황이어서 설령 한양과 논의가 잘 풀리더라도 절차상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런 가운데 민간공원 특례대상 토지소유자들이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점 역시 악재다. 설상가상으로 중앙공원 1, 2지구 사업자 변경 과정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의 고발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앙공원으로 청사를 이전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청사 이전 계획이 추진-무산-재추진-무산(?)이 반복되면서 이전부지 확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섣불리 사업을 추진한 ‘어설픈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추진 지연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청사 이전 계획이 연거푸 무산되는 사이 사업비는 500억원대에서 9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재정 부담이 커진 것이다. 광주교육 수장인 교육감이 이전 부지도 없이 광주를 방문하는 교육부 장관에게 매번 사업비를 읍소하는 식으로 체면도 구겼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비록 현재 난항을 겪고 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간공원 1∼2단계 특례사업 대상지 학교 수용 계획을 광주시와 논의하는 등 중앙공원 1지구 이전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구에는 중앙공원 1지구 말고 더 이상 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종훈 광주시교육청 행정국장은 “30년 전 개청한 청사는 낡아가고 사무·주차 공간은 갈수록 부족해지는데 구조적 안정성, 좁은 부지 등 문제로 증축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광주시와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나 국장은 교육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중앙공원 이전 무산에 대비한 대체 부지 선정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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