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두산, 논란의 CJ ‘닮은 듯 다른’ 4세 승계 속사정
  • 김도현 시사저널e 기자 (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20 10: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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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들어 박정원 독주체제 굳힐지 주목
CJ그룹도 이재현→이선호 승계에 속도

창업주 4세들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집단의 ‘동일인’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일인이란 현행 법률상 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소위 ‘그룹’으로 지칭되는 기업의 총수를 의미한다. 4세들 중 가장 처음으로 총수가 된 케이스는 지난 2016년 취임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다. 최근에는 CJ그룹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 후손들 중 처음으로 4세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4세 승계는 곧 해당 기업이 깊은 역사를 지녔음을 방증한다. 식민지배부터 군사독재, 오일쇼크·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등 갖은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변화무쌍한 근현대사 속에서도 대를 거듭해 기업을 지키고 키워온 셈이다. 다만, 저마다의 속사정은 제각각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왼쪽)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오른쪽)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뉴스1
(왼쪽)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오른쪽)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뉴스1

4촌간 승계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

두산은 물론 재계에서 4세 경영인 등장의 서막을 알린 박정원 회장은 지난 3년간 그룹 내에서 본인 중심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그룹 차원의 4세 체계는 미완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독특한 승계 방식을 취했던 선대(先代) 때문이다. 두산가(家) 3세들은 장남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부터 박용만 회장까지 형제 승계를 고수했다. 5명의 형제들이 고루 그룹을 이끌었는데, 향후에도 같은 방식의 승계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군다나 선대 회장들의 장·차남들이 그룹 총수에 오르기 위해서는 형제세습을 넘어 4촌간 승계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박 회장은 그룹 지주사 두산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부친 박용곤 명예회장 보유지분에 대한 상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분 절반은 박 회장이 차지했다. 33%와 17%는 박 명예회장의 차남 박지원 부회장과 장녀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에게 각각 상속됐다. 두산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번 상속으로 박정원 회장의 지주사 지분은 7.41%로 늘어났다. 박 회장을 포함한 두산 일가 및 이들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공익법인(두산연강재단·동대문미래재단)의 전체 지분율은 47.23%다. 총 29명의 개인 및 법인이 나눠 소유했다. 박 회장 지분이 상당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큰집’과 ‘작은집’들의 격차가 3%포인트를 웃돈다. 게다가 최근 박정원·지원 형제 외 사촌형제들의 지분 감소가 도드라졌다. 재계에선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두고 두산그룹에서도 박정원 회장 중심의 ‘장자승계’ 체제가 확립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가장 유사한 모델인 LG그룹의 사례를 들어 사촌들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4세 체제의 정립은 결국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고착화되느냐에 있다”면서 “무엇보다 두산중공업·두산건설 등 주축 계열사들의 재무위기 타개가 선행돼야겠지만, 향후 어떤 형제들이 어떤 사업을 맡는지 여부와 어느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지€ 등이 지대한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J그룹의 경우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두산그룹과 달리, CJ그룹은 장자승계를 고수할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1990년생인 이선호 부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종손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1985년생 이경후 CJ ENM 상무가 이 부장의 누나다. 앞서 이재현 회장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남매 경영’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CJ그룹 안팎에서는 선대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을 이 부장과 이 상무가 재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경후 상무가 고모 이미경 부회장과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선호 부장, 사상 첫 1990년생 총수 예고

신장 이식수술을 받을 정도로 악화됐던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는 차츰 호전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직 이사회 멤버에 복귀할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최근 수년 새 CJ그룹의 행보를 두고 후계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이 부장이 17.29%의 지분을 확보하며 CJ올리브네트웍스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 같은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4월 △IT 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부문(IT부문) △헬스앤뷰티 유통사업부문 등으로 법인을 나누기로 했다. 분할비율은 45대 55다. 동시에 IT부문 신설법인을 CJ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는데, CJ와 IT부문 간 주식을 1대 0.54 비율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선호 부장이 지주사 지분 2.8%를 취득하게 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후계를 염두한 오너 일가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한 CJ그룹의 행보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했다. 재계는 이번 변화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후계를 위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CJ올리브네트웍스의 헬스앤뷰티스토어 브랜드 ‘올리브영’은 경쟁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장 확대를 단행했다. 2008년 57개이던 매장 수가 10년 만에 1100여 개로 늘어났는데,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출점 매장들 중 직영비율이 높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번 법인 분리로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 연내 상장 후 매각을 추진한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 부장의 승계 비용 마련을 위해 현금화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상장을 추진하겠지만, 최소 3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매각까지 고려하느냐는 질문엔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에 대한 업계의 해석은 다소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성장성에 정체가 올 정도로 단기간 내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현재로선 성장성에 정체가 올 만큼 포화상태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유통채널로서의 가치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장만으로도 이선호 부장의 지분가치가 대폭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승계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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