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마존의 그물에서 예외인가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6 11: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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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즈니스 영역 장악한 거대 기업 다룬 《아마존의 야망》

많은 비난에도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한 국면이 지나면 대중은 그 사람의 부정적인 기억보다 각인됐던 사실 자체를 더 오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르윈스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에게 클린턴이 기억에 남는 정치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십(gossip)의 매력에 집착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아마존’이라는 한 기업이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이름만으로 익숙한 인물이다. 2018년에는 포브스 선정 100대 부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그의 이혼이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혼한 부인 매킨지 베이조스가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기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의 후면에는 미국 내 존재하는 정치 세력에 대한 이야기도 난무한다. 거기에 더해 빌 게이츠 부부, 워런 버핏 등 미국 부호 상당수가 참여한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의 은밀한 투자 등도 화두가 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실질적인 부도 장악하고 있지만, 가십까지도 장악하면서 자신들의 마음대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야망》 나루케 마코토 지음/유윤한 옮김│서울문화사 펴냄│352쪽│1만5800원 
《아마존의 야망》 나루케 마코토 지음/유윤한 옮김│서울문화사 펴냄│352쪽│1만5800원 

제프 베이조스의 세계 부호 1위 등극 배경은?

그런 점에서 갑자기 실질적 부와 가십까지 장악한 ‘아마존’이라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995년 탄생한 이후 인터넷 서점처럼 인식되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가족이 OS 기술과 투자를 통해 부호가 된 선배 기업인들을 제치고, 갑자기 세계 부호 1위로 등극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투자 컨설팅계의 중심인물 중 하나인 나루케 마코토가 쓴 《아마존의 야망》은 이런 주변의 상황을 읽기 쉽고, 절박하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아마존을 알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절박하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누구라도 아마존과 상관없이 생활하기 어렵다. 직접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의 이곳저곳에는 이미 아마존이 확실히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비즈니스는 경영학의 혁명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서문에 있는 저자의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난 아직 아마존의 서비스는 물론이고, 사이트조차 구경해 본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숙여, ‘맞아 내가 사용하지도 않는데, 아마존의 CEO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었다면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다시 질문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 올해 3월5일 발표한 포브스 부호 순위에서 오랫동안 이 분야 1위였고 개인용 PC의 대부분에 장착된 운영체계를 만든 빌 게이츠는 2위였고,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3위다.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6위, 마크 저커버그는 8위, 레리 페이지도 10위다. 

이 책의 앞부분은 이제 우리가 아마존이 쳐놓은 그물망에서 걸려서 산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쓴다. 가장 대표적인 그물망으로 소개하는 것은 아마존의 웹 서비스(AWS)와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이다. 영업이익만 43억 달러인 AWS 사업은 세계 컴퓨터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아마존은 미국이나 유럽이 자는 시간에 한국이나 일본의 컴퓨터는 일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공간과 처리 능력을 매칭하는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했다. 또 다른 서비스 FBA는 기업들에 창고, 재고관리, 결제, 배송, 고객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서비스다. 

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한다는 것은 미래 비즈니스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 완도의 전복이나 거제의 멸치가 서울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택배 서비스로 하루면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이런 사업을 작은(?) 업자들이 할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규모는 아마존이 주도하는 시대로 풀어낸다. 아마존이 무서운 것은 이런 서비스를 위한 투자다.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창고나 매장까지 하나하나씩 구매하면서 이 시장의 강자가 된다는 것이다. 고급 식자재 슈퍼마켓인 홀푸드, 무인점포 아마존고, 디지털 단말기인 킨들 리더 등 수많은 서비스가 오프라인 시장에도 파고들고 있다. 

“현재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 수는 세계적으로 2억 품목에 이른다. 거의 모든 기업이 거의 모든 상품을 아마존을 통해 팔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반면에 한국은 그런 시스템 안에 들어 있지 않을까를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 질문을 할 것이다. ‘이 시스템 밖에 있는 게 안전한 것인가?’ ‘이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불행한 것인가?’라고. 

저자는 이런 상태가 진행되면 개별 기업의 소멸, 산업 자체의 소멸, 혹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은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이런 아마존의 그물이 한국에는 걸리지 않는가를 되묻게 한다. 국내 로지스틱스 업체들이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을까. 국내 통신회사들이 아마존의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국내 인터넷 서점이나 콘텐츠 회사들은. 그런 점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아마존이 2025년에 분할되면 어떻게 될까? 상거래, 웹 서비스, 미디어, 물류 서비스, 인공지능, 게놈 분석…. 분할된다 해도 (각각의 영역에서) 독점 기업이 되지 않을까.”

국내에는 이전에 미국 업체들과 경쟁해서 생존해 본 좋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세세한 서비스와 투자로 접근한다면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 물음을 던지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만약 쿠팡, 예스24, CJ, SK텔레콤을 뭉친 기업이 한국에 상륙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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