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야 산다” 사회공헌에 힘쓰는 대기업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1 15:12
  • 호수 15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순 기부 등 일회적 도움 대신 ‘물고기 잡는 법’ 알려준다

기업 이미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그 기업이 가진 이미지에 따라 흥망이 좌우될 정도다. 다양한 선행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오뚜기와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좋은 예’와 ‘나쁜 예’다. 기업들도 이런 변화를 의식한 듯 사회공헌에 상당한 역량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을까.

포스코 임직원들이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CJ·한화·우리은행 인재·기업 육성에 중점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단순 기부에서 벗어나 미래 인재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최근 창의적 미래 인재 육성을 중점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올해 초에는 ‘청소년 교육’을 사회공헌 테마로 선포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사업이 시작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만6000여 명의 학생과 1700여 명의 교사가 아카데미를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중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삼성드림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들이 대상이다.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들에겐 장학금이 지원된다.

삼성이 인재 육성에 중점을 뒀다면 CJ그룹은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중소기업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진행 중인 창업·중소기업 발굴·육성 프로젝트 ‘프로덕트 101’을 통해서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발해 사업역량 강화 교육을 제공하고 국내외 판로 확대와 해외진출을 지원한 뒤 사업 성과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11개 기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작은 기업의 아이디어와 CJ그룹의 인프라 및 사업역량이 시너지를 내는 구조인 셈이다.

‘Top 11’에 선정된 기업은 CJ ENM 방송 PPL을 통한 마케팅 강화와 올리브영 입점 기회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 ‘프로덕트 101’ Top 11에 선정된 기업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05% 상승했고, 15억원의 해외수출, 37억원의 투자유치 등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들 기업 제품들은 현재 CJ ENM 올리브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마음에 들어》 PPL을 통해 홍보되고 있으며, 올리브영 온·오프라인에도 입점했다.

한화그룹은 미래 인재 육성과 청년 창업 지원에 팔을 걷었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카이스트와 연계해 ‘한화-카이스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과학영재를 발굴, 우수한 과학인재로 성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프로그램에는 카이스트 재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해 과학 꿈나무들을 교육한다. 한화그룹은 인재 육성을 위해 8년째 ‘한화사이언스챌린지’를 주최해 오고 있기도 하다. 이는 과학영재들의 경연장으로 평가받으며 누적 참가자가 1만 명을 넘었다.

한화그룹은 또 인재 육성 사회공헌 브랜드인 ‘드림플러스’의 홈페이지와 드림플러스 63, 드림플러스 강남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드림플러스는 최근 이랜드리테일과 협업해 유통 관련 스타트업에 양사의 인프라를 이용해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드림플러스는 이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에는 운영 전반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이랜드리테일의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통해 판로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업의 특성을 살려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향후 3년 동안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의 단순한 대출 지원 방식에서 벗어났다. 내부에 전담조직을 두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작업부터 투자와 육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공모에 참여한 554개 기업에 대한 내부 심사를 거쳐 221개 기업을 선정했고, 최종적으로 29개 기업에 약 28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은행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디노랩(DinnoLab)’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b)’의 약어인 디노랩은 스타트업이 공룡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디노랩은 기존 ‘위비핀테크랩’과 새로 편성된 ‘디벨로퍼랩(Developer Lab)’으로 운영된다. 위비핀테크랩은 사무공간, 경영컨설팅, 투자 등을, 디벨로퍼랩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집중 지원한다.

① 2019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  ② 한화 카이스트 인재 양성 프로그램  ③ CJ 프로덕트101 품평회 ④ 효성 베트남 초등학교 건립 지원
① 2019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 ② 한화 카이스트 인재 양성 프로그램 ③ CJ 프로덕트101 품평회 ④ 효성 베트남 초등학교 건립 지원

포스코·유한양행·효성 ‘임직원 참여형’

회사 차원의 상생과 더불어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에 역점을 두는 기업도 있다. 포스코가 그런 경우다. 포스코는 2013년 포스코1%나눔재단을 출범시켰다. 2011년 부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중심이 돼 매월 급여의 1%를 자발적 기부하는 ‘1%나눔운동’이 계기가 됐다. 현재 임직원 90% 이상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에 포스코의 매칭그랜트가 더해져 지난해까지 430억원이 모금됐다. 이렇게 모인 재원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활용된다.

단순히 기부금만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직접적인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클린오션봉사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에 포스코 임직원 스킨스쿠버 동호회원을 중심으로 출범한 클린오션봉사단은 바다 정화작업을 정기적으로 해 오고 있다. 클린오션봉사단은 창단 이래 누적 인원 2만400여 명이 500회 이상의 수중 정화 봉사활동을 통해 1642톤 이상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유한양행도 임직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한양행 임직원 봉사단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복지시설과 저소득 가정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통해 손상된 집수리를 지원하는가 하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말벗봉사와 반찬배달 등의 활동도 벌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봉사단은 복지기관과 연계해 벽화봉사, 농촌봉사, 환경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교육지원과 멘토링 활동도 벌이고 있다. 사업장 인근 아동센터와 보육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대상이다. 직원들은 이곳을 찾아 영어와 수학을 지도하는 학습지원과 농구, 볼링 등 재능을 활용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2015년부터는 신입사원들의 첫 대외활동을 봉사활동으로 정하기도 했다. 올해 1월 효성그룹 53기 신입사원들도 ‘사랑의 연탄나눔’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효성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급여 나눔을 통해 베트남 저소득 지역 아동들과 결연후원을 맺고 마을과 교육시설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효성 임직원들은 급여 나눔을 통해 마련된 후원금으로 베트남 꼰촛 마을의 초등학교 교실과 각종 시설을 개·보수했다.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농촌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LG복지재단은 강원체육고등학교에서 성준용, 김지수, 최태준 학생(왼쪽부터)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했다.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농촌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농촌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LG복지재단은 강원체육고등학교에서 성준용, 김지수, 최태준 학생(왼쪽부터)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했다.
LG복지재단은 강원체육고등학교에서 성준용, 김지수, 최태준 학생(왼쪽부터)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했다.

LG·보령제약 숨은 영웅 발굴 주력

LG그룹과 보령제약은 우리 사회의 숨은 의인(義人)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은 2015년부터 LG복지재단을 통해 ‘LG 의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취지다. LG는 최근까지 소방관·해양경찰·경찰·군인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굴착기 기사 등 ‘평범한 이웃’까지 총 107명의 숨은 의인들을 찾아내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LG는 ‘LG 의인상’ 외에 사회의 귀감이 된 이들에게 꾸준한 지원을 해 오고 있다. 2015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군 장병 2명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위로금 5억원을 전달했고, 2014년에는 진도 팽목항 세월호 사고 현장의 지원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다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 1억원씩 총 5억원의 위로금을 건네기도 했다.

LG에 LG 의인상이 있다면, 보령제약에는 ‘보령의료봉사상’이 있다. 국내외 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의료인이나 의료단체의 숨은 공적을 기리는 한편, 아름다운 의료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1985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보령의료봉사상은 ‘한국의 슈바이처’를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보령의사봉사상 대상에는 1994년부터 방글라데시 꼬람똘라(Koramtola)병원 의료봉사와 보건의료 인재 양성을 이어오고 있는 이석로 꼬람똘라병원장이 선정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