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남개발공사 ‘염치’를 알아야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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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산단 100% 완판, 낯뜨거운 ‘功 다툼’

민선 7기 출범 직전인 지난해 이맘 때, 전남 강진산업단지는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남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분양 산단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당시 분양률 16.4%였다. 사업 시행자인 전남개발공사로부터 미분양 토지 의무 인수사항인 ‘매입확약’, 유통업계에서 이른바 ‘로스 커버’(loss cover 납품업체에 재고책임 강요)로 불리는 갑질 행위에도 시달렸다. (시사저널 2018년 9월4일자 “‘안 팔린 땅 사라” 전남개발공사 지자체에 ‘갑질 논란’’ 기사 참조)

전남개발공사 사옥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개발공사 사옥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개발공사는 강진군과 체결한 협약을 근거로 미분양 토지를 인수하라고 압박했다. 협약서에는 분양공고 3년이 되는 날부터 미분양 토지에 대해 강진군이 일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분양 공고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은 2017년 7월이었다. 강진군이 개발공사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미분양 토지 대금만 무려 339억원에 달했다. 

또 매입 지연 손해금도 물어야 할 판이었다. 지연 손해금은 미분양 토지 금융이자로 매월 1억600만원이었다. 지연 손해금은 매달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8월말 기준 어림잡아 18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천덕꾸러기 산업단지가 1년 만에 100% ‘완판’됐다. 강진산단은 지난해 말 60%를 달성한 데 이어 6개월여 만에 100% 분양을 달성했다. 전남도와 강진군은 18일 강진아트홀에서 ㈜강진수소발전 등 4개 기업과 7153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하고 강진산업단지 100% 분양 완료를 선언했다.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를 두고 “탐진강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진산단 100% 분양 과정에 관여한 주체는 여럿이다. 분양의 직접 당사자인 강진군과 전남개발공사, 전남도 등이다. 분양률 100%를 달성하는 협약이 체결되기가 무섭게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의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저마다 기관장의 역할을 언급하며 ‘공’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반면 두 기관의 공치사에 대해 정작 온 힘을 다해 결실을 일궈낸 강진군은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이승옥 강진군수도 말을 아꼈다.

전남도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짧은 기간에 100% 분양을 달성한 데는 김영록 지사와 이승옥 강진군수의 친기업적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과 공격적 투자유치 활동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지사가 취임 이후 분양률이 낮은 산단의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마련한 제도 개선 ‘덕’이라고 자평했다.

전남도는 분양률 50% 미만 산단에만 지원하던 입지보조금을 지난 5월부터 80% 미만 산단까지 확대 지원했다. 강진산단은 ‘전라남도기업 및 투자유치촉진조례 시행규칙’ 개정 이후 이 혜택을 적용받는 첫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80% 분양률 달성 이후 6개월 유예기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00% 분양 시까지 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뒤질세라 전남개발공사는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철신 사장과 민선 7기를 이끄는 이승옥 강진군수가 지혜를 맞대면서 풀리기 시작했다며 김 사장의 ‘공’을 언급했다. 김 사장과 이 군수는 산단분양 대책을 논의해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개발공사는 입주조건 완화를 위해 기업체의 초기 자본 부담을 낮추는 대책과 조기착공을 통한 산단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알선해 주고, 군은 입주기업에 보조금 지급 폭을 넓히고 편의시설 확충 등 적극 행정을 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판 이후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복수의 주체가 스스로를 공신이라고 알리기 위해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에 관계없이 모양새로는 꼴불견이다. 물론 공을 독차지하기에는 다소 민망했던지 이승옥 강진군수는 꼬박꼬박 넣었다. 그러나 김 지사와 김 사장의 눈부신 활약에 방점이 찍혀 포장돼 있다. 관가 주변에선 강진산단의 ‘나쁜 소식’이였더라면 정반대의 행태가 연출됐을 것이라고 수근거리고 있다.  

2018년 분양률 ‘16%’ 당시 전남도는 뭘 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180도 달라진 전남개발공사의 염치없는 태도가 유감이다. 당시 전남개발공사가 강진군을 대하는 태도를 시사저널은 잘 알고 있다. 취재진은 그해 8월 말께 개발공사 관계자들과 만나 지방재정법 39조에 따라 예산 이외의 채무 부담행위는 지방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이 절차가 빠진 만큼 협약 자체가 원천 무효다며 해명을 요청했다. 

감사원도 이미 개발공사에 대해 큰 틀에서 불공정 협약임을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개발공사는 이를 감추고 강진군에 매월 1억600만원의 지연손해금을 부과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당시 개발공사는 취재진에게 법무팀까지 총동원해 자신들의 ‘매입확약’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뒤늦게나마 지연손해금 부과를 철회하고 강진산단 분양률 제고를 위한 강진군과의 협력방안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없었던 것처럼 행세하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수렁에 빠져 허덕였던 강진산단을 결정적으로 건져낸 건 배수진을 친 강진군이었지 전남도와 개발공사가 아니었다. ‘수장(首長) 띄우기’가 지나치면 본말이 뒤바뀔 수도 있다. 경제를 정치로 다루면 곧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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