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더저널] 北 삼척항 목선, 남겨진 미스터리 - 6분 정리
  • 한동희 PD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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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동해, 北목선이 남기고간 미스터리는?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PD
■ 취재·더빙 :오종탁 기자
■ CG :양선영 디자이너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까지 진입한 사건. 
감시망을 모두 뚫고 배가 어떻게 그리고 왜 들어왔는지, 북한 선원 4명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선원 중 2명은 북한으로 돌아갔고, 배는 폐기를 앞뒀습니다. 사건은 일단락되긴 커녕 더욱 미스터리에 휩싸이는 모습입니다.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북한 목선 사건 관련 팩트를 한눈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시작 

지난 6월15일. 북한 어선 1척이 동해 NLL을 넘어 표류하다가 예인됐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정부는 이 배가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배에는 북한 선원 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얼핏 상황이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오는 일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북한 배는 삼척 앞바다까지 온 겁니다. 오는 동안 우리의 해안 감시망이 왜 가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음표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동해 NLL에서 삼척 앞바다까지는 직선거리로 130여㎞에 달합니다. 해군, 해경, 육군의 해안감시망 모두를 가볍게 뚫고 왔다는 북한 '어선'. 

군은 변명하기 급급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소형 목선은 일부 탐지가 제한되는 점을 확인했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선원 4명 중 2명이 6월18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습니다. 나머지 2명은 남한 귀순 의사를 밝혀 그대로 남았습니다. 통일부는 "본인 자유의사에 따라 2명은 귀순, 2명은 귀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타고 온 배는 선장 동의 하에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통일부는 전했습니다. 

이후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북한 배는 조업 중이던 어선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서 식별된 것으로 6월18일 알려졌습니다. 군은 전날 북한 목선과 관련한 설명을 했을 때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했을 뿐 '방파제' '부두' 등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민 신고로 북한 어선을 발견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삼척항 내 주민들의 112 신고로 최초 확인됐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일었습니다. 배도 아직 폐기된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선박 폐기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 그렇게 결정됐기 때문에, 폐기한 것으로 간주해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브리핑했던 것"이라며 군색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경계작전 실패를 넘어 은폐·축소 의혹으로 번졌습니다. 급기야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6월20일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습니다. 

 

2. 누구냐, 너흰 

북한 목선은 길이 10m에 폭 2.5m, 무게 1.8t 정도입니다. 이 배에 탄 북한 사람 4명은 6월8일 함경북도 경성군 집삼포구를 출항해 10일 NLL 북쪽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단에 합류했고, 11~12일 오징어잡이를 하면서 NLL을 넘어 남하할 기회를 노렸습니다. 6월12일 NLL을 넘어오는 데 성공했고 14일 오후 9시쯤 삼척항 동쪽 4~6km 지점에서 엔진을 정지시킨 후 대기하다가 15일 오전 6시22분쯤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귀환한 북한 사람 2명은 30대와 50대 남성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귀순을 희망한 사람 2명은 신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신원과 귀순 동기 등을 공개할 수 없다고 정부는 전했습니다. 남한 귀순자 2명은 관계 당국의 합동심문 과정에서 애초 탈북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한으로 오기 위해 어선을 물색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6월17일 오전 북한 배와 선원의 발견 사실과 송환 계획을 북측에 통보했습니다. 이때 2명만 보낸다는 계획을 당연히 북한에도 알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은 그 날 오후 늦게 어떤 답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2명의 귀순에 대해 북한이 특별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오가는 이야기를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고 있다"고 피해갔습니다. 당국자는 '북측이 나머지 2명도 송환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본인 자유의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삼척항 내 주민들에 따르면, 6월15일 오전 삼척항 내 방파제 부두 암벽에 북한 목선이 정박했고 선원 4명이 타고있었습니다. 주민이 이 선박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북한에서 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북한 선원 중 한 명은 주민에게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남은 미스터리 

선원 2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배도 폐기를 앞뒀습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는 전혀 풀리지 않은 채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선원 2명의 남한 귀순 이후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측이 반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과거 남한 영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중 일부가 남측으로 귀순하면 북측은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간 적도 있었으나, 공개적으로 남측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 6월17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국방부 측이 석연찮게 대응해 온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4명 중 2명은 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걸까요. 현재까지는 당국 조사 등을 통해 남한 귀순자 2명이 북한으로 돌아간 2명을 회유해 한 배를 탔을 거라는 추정을 할 뿐입니다. 즉, 돌아간 2명은 애초에 귀순 의사가 별로 없었다는 거죠. 얼떨결에 따라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건데, 그대로 믿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황상 4명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데 정부는 단 1차례 합동신문만 하고 부랴부랴 돌려보냈다. 의혹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차 보고를 받은 결과 합동조사팀은 선원들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것에 반대하는 듯 유도신문을 했다"며 "청와대에서 북한으로 보내라는 오더가 떨어지지 않고는 이렇게 조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6월24일 삼척항을 찾아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경계가 뚫린 부분, 은폐가 의심되는 부분, 선원 2명을 북으로 수상하게 북송한 부분 등 의문점이 세 가지다" "이 사건은 국방 게이트다. 국민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수진 삼척수협조합장은 이날 한국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혀주는 것이 삼척 어민들의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롭던 삼척항에 갑작스레 나타난 북한 목선. 불안한 것은 비단 삼척 주민 만이 아닐 것입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발표할 진상 조사 결과에 5000만 국민의 우려 섞인 시선이 밀물처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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